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법대가 폐지되면서 각 대학들은 새로운 간판 학과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다. 대학들은 각종 유인책으로 과거 법대로 몰렸던 우수 인재를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는 4일 법대를 유지시키는 고육책을 만들어냈다. 정경대에 속해 있던 행정학과를 법대로 편입시켜 법대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행정학과는 올해 9월부터 ‘국정학과(가칭)’로 명칭을 바꾸고 내년부터는 입학생들에게 행정고시 과목에 포함된 헌법, 민법 등 9과목의 법학과목을 가르치며 법학적성시험(LEET)에 대비한 수업도 개설키로 했다. 사실상 로스쿨 준비 학과와 비슷하다.
이는 로스쿨 도입으로 법학과가 폐지되자 ‘양자’(행정학과)를 들여와 ‘고대 법대’의 명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고려대 행정학과는 과거 법대에 속해 있다가 1982년 정경대로 이전됐었고, 이후 법대 편입을 요구해 왔다. 고려대는 또 줄곧 법대와 로스쿨이 공존하는 일본식 로스쿨 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었다. 고려대 법대 관계자는 “2016년까지 법대를 유지하고 이후에는 공공정책학부 등으로 이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는 법대를 폐지하면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키로 했다. 서울대는 법대 폐지에 따라 생긴 잉여 정원 93명을 포함해 157명을 자유전공학부에 배정했다. 서울대는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해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두루 익힌 ‘통섭 인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자유전공학부에 과거 서울대 법대 지망생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로스쿨 준비 학과로 전락할 우려를 안고 있다.
성균관대는 법대 폐지에 대비해 지난해 신설한 글로벌경영학과가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올해는 글로벌경제학과를 신설했다. 지난해 신설된 글로벌경영학과는 100% 영어수업, 파격적 장학금 혜택, 미국 명문대와의 공동학위제 등을 내세워 전국 상위 0.8% 이내 학생들을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금융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글로벌경제학과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법대 이외에 인문계에서 이렇다할 간판이 없었던 한양대는 올해 파이낸스경영학과를 신설해 50명을 선발한다. 한양대는 파이낸스경영학과 학생 대부분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성적 우수 학생에게 미국 명문대에 1년간 유학할 수 있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