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 한 달이 지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68)이 수백 명에 달하는 교수들과 '일대일 소통'에 나섰다. 박 이사장이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대개혁을 선언한 이후 교수들 사이에서 "기업논리와 구조조정으로 상아탑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발 조짐이 일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을 비롯한 공과대학 교수 50여 명은 14일 1박2일 일정으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생산현장이 위치한 경남 창원 본사를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박 이사장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중앙대 관계자는 "공대를 시작으로 2주일에 걸쳐 300여 명에 달하는 교내 주요 단과대 교수들과 현 체제의 중요 문제점과 학교 장기발전 계획인 'CAU 2018'을 놓고 토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이 보직교수가 아닌 중앙대 교직원과 공식적인 면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이사장은 일주일에 1~2회 이상 서울 흑석캠퍼스로 출근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이사장이 창원 워크숍을 계획한 것은 조직 대수술에 앞서 교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이사장과 재단은 최근 중앙대와 중앙대병원 경영진단과 구조조정 계획안 수립을 위해 외국계 컨설팅사 및 국내 컨설팅사와 자문 계약을 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이를 인적ㆍ물적 구조조정을 위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 동요가 일고 있다.
인문대학 소속 A 교수는 "벌써부터 공대, 경영대, 의대 등 돈이 되는 쪽에만 예산이 집중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구조개혁과정에서 특정 인맥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와 교수들 사이에서 분위기마저 냉랭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이사장 일가는 한 푼도 출연하지 않고 계열사를 통해 법인세로 낼 돈 1200억원을 기부금으로 돌려 학교를 인수한 것인데 학교 개혁 방향은 이사장 일인 체제로 흘러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학내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최근엔 하남 제3 캠퍼스 건립과 관련해 "제3 캠퍼스가 아닌 학교 이전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며 학생들 반발이 일기도 했다.
잡음이 새어 나오자 박 이사장은 "개혁 과정에서 소통이 안 되면 따라오는 이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직접 대화를 통해 설득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이사장은 공대 교수들과 두산중공업 주력 업종인 발전 설비에 대해 가르치는 '플랜트 학과' 설치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박 이사장은 "중앙대 발전이 정체된 것은 교수와 학생이 연구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체계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인프라스트럭처 부족 문제를 해결할 테니 연구중심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교수진과 학생들 역량 향상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부탁했다.
박 이사장은 공대와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 외에도 서울 흑석동에 있는 중대병원을 증축하고 약학대학 연구개발센터 신축도 오는 9월께 확정할 '장기 발전계획'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학교의 가장 큰 현안인 제3 캠퍼스 건립 계획과 관련해 이른 시일 안에 미반환 기지인 캠프콜번 용지를 활용한 하남 글로벌 캠퍼스 계획에 첫삽을 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대학은 기업과 달리 교수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구성원들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일방통행식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다가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박 이사장이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개혁작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