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 로스쿨 25개대-6년제 약대 신입생 모집 중단
내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과 약대의 6년제 전환으로 법대와 약대의 신입생 선발이 중단되고, 의대와 치대도 전문대학원 체제로 본격 개편되면서 학부 신입생 모집이 크게 줄어 상위권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 3000여 명 대이동=내년에 25개 법대가 정원 2000명의 로스쿨을 개원하면서 법학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인문계 상위권 학과들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법대의 기존 정원에 해당하는 600여 명의 수험생이 어떤 학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연계는 더욱 심각하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렸던 의대와 치대, 약대 모집단위의 정원이 대폭 줄어든다.
전국 20개 약대는 일반학부에서 2년을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학입문자격시험을 거쳐 약학부 학생들을 선발해 4년간 교육하게 된다. 따라서 약대 모집정원에 해당하는 1200여 명의 상위권 수험생은 2009학년도 입시에서 다른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2005년부터 시작된 의대와 치대의 전문대학원 체제 전환도 내년에 마무리된다. 가톨릭대가 올해 47명의 신입생 선발을 중단한다.
▽학과 선택 고심=최상위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어떤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전문대학원 진학에 유리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법조인의 꿈을 꾸는 학생들은 철학과 국문학과 등 법학적성시험(LEET) 준비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학과와 경영학과 등 기존 유력 학과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지만 정답이 없다.
정난호(47·여·서울 용산구 이촌동) 씨는 “전교 1, 2등을 하는 고3 아들이 법대에 진학할 생각이었는데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차질이 생겼다”며 “상위권 대학들이 로스쿨을 만들면서 법대 신입생을 안 뽑는다니 어디로 보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법학과를 폐지하는 대학들은 남는 모집정원으로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전공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대는 잉여 정원 90여 명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고, 고려대 연세대 등도 비슷한 구상을 하고 있어 이들 전공이 최상위권의 커트라인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법대 관계자는 “대학마다 기존 법대생들의 커트라인을 유지할 만한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는 추세”라며 “이 학부가 새로운 ‘리딩 학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들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입문시험이나 약학입문자격시험에 대비하는 데 유리한 화학과와 생물학과, 생화학과, 미생물학과 등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의대 약대 법대로 가려던 최상위권 학생들이 인접 학과로 이동하면서 올해 대입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장기적인 진로계획을 세우고 전문대학원 유관 학과나 특성화 분야를 선택하는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