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지역명이 우선…괄호 병기도 안할 것"
서울시가 내년 상반기에 개통할 예정인 지하철 9호선 역사 중 중앙대 정문앞을 지나는 역에 대해 학교 이름이 붙지 않은 ‘흑석역’이라는 이름을 1일 최종 확정하자, 중앙대가 학교 이름이 빠졌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대는 1일 “서울시가 원칙과 형평성을 무시했다며 학교·동문회·재학생이 모두 나선 범학교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며 “서울시청 항의방문은 물론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지하철 이름을 둘러싼 서울시와 학교와의 갈등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시는 1일 9호선 구간 25곳의 역 이름을 확정 발표하며 “동작구 흑석동 115-1번지 중앙대 입구에 위치하는 역번호 919번 역 이름은 ‘흑석역’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 이름을 ‘중앙대흑석역’이나 ‘흑석중앙대’역으로 정하기 위해 학교 차원의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온 중앙대는 서울시의 발표 직후 “역명제정의 형평성과 학교·지역 특성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며 “학교본부는 물론 재학생과 동문회가 나서서 무효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919번 역은 중앙대 정문과는 449m, 중앙대 병원과는 264m의 거리에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역 이름은 기관이나 사실명보다는 지역명이 우선되어야 하며, 세종실록지리지에 흑석동의 유래가 전하고 있어 오랫동안 불려지는 명칭을 역명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각 구청별로 역이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지리·역사·국문학자 등 관련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 역별로 3개의 역이름안을 가지고 올해 1~2월에 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919번 역의 경우 ‘흑석’ ‘흑석중앙대’ ‘중앙대흑석’이라는 3개 후보가 올라와 ‘흑석중앙대’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는 1930년대부터 흑석동에 중앙대 캠퍼스가 자리잡아 지역을 대표하고 있으며, 하루 3만명이 넘는 유동인구가 중앙대 캠퍼스와 부속병원을 이용하고 있고, 그동안 서울의 주요 대학이름이 역명으로 쓰여진 선례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당초 ‘중앙대역’이라는 이름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 주민과의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역 이름을 ‘중앙대흑석역’이나 ‘중앙대흑석역’이어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바꾸고 학교본부가 작년 12월부터 대대적인 홍보운동을 벌여왔다.
반면 일부 지역 주민들은 지하철역 제정은 행정구역 기준에 따라야 하며, 중앙대 정문이 역에서 떨어져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흑석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대학과 주민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하철9호선 운영업체인 서울메트로9호선 자유게시판은 흑석동 중앙대 정문앞 역명과 관련한 거센 찬반논쟁 글이 대거 올라와있다.
서울시는 ‘원칙에 따라 정한 것이어서 예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홍석 서울시 교통정책담당관은 “1~4호선은 대학역명 표기 기준 자체가 없었고, 5~8호선은 500m가량 기준으로 정식 역명표기냐 괄호안 병기냐를 구분했다”며 “9호선은 혼란을 막기 위해 대학은 바로 붙어있거나 캠퍼스 구내에 있지 않을 경우 괄호병기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대역을 넣어야 한다는 학교측 민원만큼이나 흑석역으로 해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7호선 상도역의 경우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괄호안에 ‘중앙대입구’라고 병기가 돼 있다. 그러나 김태성 홍보팀장은 “후문 쪽과 거리가 750m나 떨어져있고 흑석동도 아니라서 상징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며 “서울시에서 이름붙인 버스정류장마저 ‘중대입구’로 돼있는 919번 역 명칭에 중앙대가 들어가게 되면, 7호선 병기는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