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총장, 대학 망신 그만 시키기를 | |
사설 | |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문화예술분과위원장인 박범훈 중앙대 총장의 처신이 점입가경이다. 그는 학교 구성원들의 잇따른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총장과 선거참모 구실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대선 후보 캠프에 문화예술정책 담당으로 참여한 것은 ‘선거에 관여하는 게 아니라 정책을 자문하는 것일 뿐’이며, 따라서 ‘총장 업무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차라리 대꾸나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지성의 상징인 대학 총장으로서 최소한의 상식마저 의심케 한다. 특정 후보에게 정책을 자문하는 게 선거 간여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와 함께 이명박 선거 캠프에 가담한 전·현직 대학총장들은 이미 이 캠프의 주요 선거홍보 포인트가 되었다. 그의 그릇된 처신으로 말미암아 우리 대학 전체가 학문과 정치도 구별 못하는 집단으로 매도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게다가 그는 선거캠프 참여를 설명하며 대학 발전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중앙대가 정부로부터 얻게 될 혜택이나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길 빈다. 그건 정치 브로커나 할 일이지 대학 총장이 할 게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유신과 5공화국을 거치면서 정치권력이 대학의 생명인 학문의 자유를 어떻게 침탈했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던 터다. 정치권력은 학문연구의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도 왜곡시키곤 했다. 그래서 정치로부터 학문의 자유와 대학을 지키는 일은 전통적으로 총장의 가장 중요한 소임이었다. 몇 푼 지원을 위해 정치권과 유착에 앞장섰다면, 그는 학문의 이름으로 당장 탄핵당해 마땅하다. 그의 버티기는 이제 학교 사회를 싸움터로 만들었다. 보직교수와 학장·대학원장으로 구성된 교무위원회는 박 총장을 옹호하며 평교수들의 사퇴 요구에 맞섰다. 그러자 이번엔 총학생회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박 총장과 보직교수를 압박했다. 일부 동문들은 총장퇴진 시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 총장은 최소한의 교육적 원칙도 지키지 못했다. 교육은 결론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교육자라면, 학교의 명예가 걸린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구성원의 의견을 물어야 했다. 그의 결정이 구성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면, 충분한 토론을 통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는 게 교육적이다. 그러나 박 총장의 결정하고 버티는 모습은 제왕적이다. |
... 너무 망신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