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산(高臺山, 832m) : 경원선 철도가 휴전선에 막혀 멈춘 곳에 이 산이 솟아 있다. 경기도 최북단인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와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 있는 정상에서는 북녘의 철원평야와 6·25 때 격전지인 백마고지(白馬高地), 금학산(金鶴山, 947m)과 지장봉(地藏峰, 877m), 북대산(北大山), 향로봉(香爐峰)은 물론 한탄강(漢灘江) 기슭의 종자산(種子山)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광주산맥(廣州山脈)의 지맥으로 동부산지를 이루며, 화강 편마암계 산답게 암반과 암릉이 발달되어 있다. 북동쪽 골짜기의 표범폭포에서 흐르는 물이 동막골 계곡과 유원지를 지나 동서방향으로 흘러 남북주향의 산지를 돌아 차탄천(車灘川)과 합류, 북에서 남으로 전곡을 거쳐 한탄강으로 흐르다가 임진강(臨津江)으로 들어간다.
산정에 오르기 직전 오른쪽 벼랑의 거대한 얼굴바위가 거친 남성미를 뽐낸다. 넓은 암릉 길이 누대(樓臺, 테라스)로서 전망대 역할을 다하여 고대산의 이름에 걸 맞는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떡갈나무 숲을 지나 낙엽송 우거진 산길을 오르면 능선안부 갈림길이다. 암릉의 소나무 옆 넓은 암면능선과 스카이라인을 이룬 지능선이 멋지다. 양쪽이 벼랑인 암릉의 능선 턱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이 길을 10여 분 가면 능선 반대편의 조망이 다가서는 주능선 790m봉, 주봉은 왼쪽으로 솟은 세 번째 봉우리이다.
분단의 한, 망향의 한이 굽이쳐 북녘이 그리울 때, 멀리서나마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는 3대 명산으로 고대산, 복계산(福桂山, 1057m), 지장봉(地藏峰, 877m)을 꼽는다. 해마다 6월이면 분단 상황을 체험해보려는 많은 등산인 들이 고대산을 찾는다. 수려한 전망과 적당한 코스 등 최적의 산행코스를 갖추었음에도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웬만한 지도에는 감춰진 산이다.
휴전선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산이 간직한 매력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매력은 역에서 산행 들머리까지 걸어서 불과 10여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등산이 끝나면 먹거리가 기다린다. 신탄리역 주변과 등산로로 가는 길목에 20여 개의 음식점들이 흩어져 있다. 우리 콩으로 만든 순두부와 보리밥이 먹을 만하고, 수제비를 띄워 먹는 통미꾸라지 매운탕도 유명하다. 특히 주차장 앞 약수상회의 오리구이는 참숯불에 구워 소금을 뿌려 먹는 맛이 제법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