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대홈페이지 '중앙인문학관' 임하연의 글방 <숲새네 노란벤치>의 작품들을 다시 정리하여 올립니다.

 

 

 

어느 따스한 늦가을 날,

용인에 있는 부모님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철에 맞지 않게 피어있는 민들레 꽃씨를 발견하고,

신기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즉석에서 쓴 단상입니다.

 

 

어머니의 민들레

 

 

         임 하 연

 

 

 

세찬 갈바람에 잔가지 안 놓으려

바동거리며 우는 가랑잎이

마음을 할퀴어 깨운다

어머니 가시던 날 그 캄캄했던 하루

갈가리 날리던 시간

 

오늘도 바람 부는 늦가을 날

어머니의 묘비 아래 민들레 꽃씨

한숨처럼 가벼운 깃 뜯어내며 떤다

삶의 고단함에 굽어 작아지시고

자식들 근심에 하얗게 사위신 몸

작은 불꽃놀이 같은 흰 갓털 흩뿌림은

야윈 혈육의 방문을 반기는 손짓일까

 

마른 풀 아래 곰실대며 기는 벌레

나의 짜가운 눈물 묻혀

흙 구멍으로 스며들고

어머니의 품은 소리 없이 열려있다

침묵의 전갈을 읽으시는지

뜨거운 심중의 소용돌이 들으시는지

 

묘원에 노을 덮이고

바람도 풀을 쉬게 하는 저물녘

당신의 모습으로 살아 일어서는

동그란 민들레 꽃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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