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약칭 ‘중대’가 아니고 ‘중앙대’로 부릅시다
우리들 모교 중앙대학교가 지난 10월 11일로 개교 88주년을 맞았다. 12년후면 1세기를 맞는 것이다. 우리 중앙인들은 1918년 4월 문을 연 모교(중앙교회 내 중앙유치원 설립)를 연결고리로 만나 우의를 다지고 단합도 꾀해왔다. 대학, 대학원을 나온 동문은 물론 교수, 직원, 학부모, 중앙대의료원 소속 병원가족, 부속 유치원 초중고교 가족 모두가 중앙인이란 큰 테두리 아래서 만나고 살아간다.
이들 가운데 동문들은 예비동문인 재학생들과 함께 중앙인의 양대 기둥이다. 그래서 만나면 마음은 늘 옛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특히 동기생들을 만나면 더 하다. 입학시험 치던 때부터 함께 공부하고 졸업할 때까지 붙어다녔던 같은 학과 동기생들은 언제나 만나도 반갑고 친근하다. 말을 터놓고 할 수 있어 편하고 실수나 잘못이 있어도 금방 이해해주는 또래들이니 말이다. 나이가 한 두 살 차이 나고 사회적 지위나 돈이 많고 적고가 문제 안 된다. 여자동기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만나면 너, 나 하면서 야! 자! 트게 된다. 같은 해에 입학, 중앙대학교란 틀 속에 만났기 때문이다. 입학동기는 죽마고우나 고등학교 벗들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한솥밥을 먹으며 고참들 한테 부대끼며 고락을 함께 한 군대입대동기들 관계와 비슷하다. 본인이 소속된 1973학번 동문(동기회장 정치외교학과 최병길)들의 경우 2003년 가을 모교에서 있은 입학 30주년 홈커밍행사를 계기로 ‘다음카페’를 만들어 만남을 갖고 소식도 주고 받는다.
동기동창얘기를 길게 하는 건 동문들 끼리 만나 소개하거나 대외적으로 알릴 때 졸업회수보다는 입학연도로 하자는 제언을 하기위해서다. 근거는 다음 몇가지로 생각한다.
첫째, 같은 연도에 입학한 남녀동기생들 끼리도 선배-후배관계가 되고 심지어는 후배가 먼저 졸업하는 바람에 선배가 되기도 한다. 남녀입학동기들 가운데 남학생들은 재학 중 군입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3년간 복무한 뒤 제대→복학→졸업을 하면 동기여학생보다 졸업회수가 3년 정도 뒤쳐져 졸지에 후배가 되는 꼴이 된다. 물론 ROTC(학군단)로 병역을 마친 동기들은 그렇잖지만 남학생들 전체로 따지면 재학 중 입대하는 사례가 훨씬 많은 실정이다.
같은 해 입학하고도 재학 중 3년간 군복무 후 복학한 사람과 방위병(상근예비역)으로 제대한 사람, 군 면제자나 ROTC출신자 및 여학생들 사이에도 졸업회수가 제각각인 경우가 적잖다. 그렇다고 입학동기생이 졸업을 빨리 했다고 선배대접을 받거나 거들먹거리는 일은 없다. 행사나 동문들 만남 때 입학동기생들 끼리 자리에 앉고 말도 트게 된다. 여기선 졸업회수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심지어 ROTC를 한 후배들의 경우 졸업을 먼저 바람에 1~2년 앞서 입학한 사람들보다 학번은 늦지만 졸업은 빨라 선배가 되는 사례마저 있다.
둘째, 젊은 층 동문들의 경우 졸업회수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60대 이상 고참동문들은 몰라도 적어도 50대까지의 동문들은 입학년도로 따져 선배, 후배를 찾고 동기모임도 갖는 게 보통 추세다. 특히 20~30대 신세대동문들은 자신이 몇회 졸업생인지 조차 관심이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 입학하는 학생들이나 재학생들은 두말 할 것 없다. 어딜 가나 ‘00학과 19**학번 000입니다’ ‘06학번 000입니다’ 등으로 인사하고 행사 때 사회자가 참석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끔 원로동문 내지 고참동문들 모임에선 졸업회수로 하는 일이 있긴 하나 대세는 입학기준으로 하는 흐름이다.
셋째, 단과대학에 따라선 졸업회수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1972년 6월 중앙대학교로 인수된 예술대(학교법인 서라벌예술학원) 졸업생의 경우 기존 중앙대 재학생들과의 졸업회수가 잘 맞지 않는 것으로 안다. 중앙대학교 총장이름으로 졸업장을 받았더라도 입학은 서라벌예대로 하고 공부와 졸업은 중앙대로 한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 된다고 본다. (모교가 올해로 개교 88주년이 됐으므로 수치상으론 1회부터 최소한 80회 이상 졸업생이 나와야 되는데 꼼꼼히 따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다만 학교연혁상으로 봤을 때 1950년 9월에 있은 제1회 학사학위수여식을 기준, 졸업회수가 부여된 것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도 동문들 소개나 알릴 때 입학년도 기준으로 하면 혼란을 막을 뿐 아니라 동기, 선배, 후배관계가 명확해질 것이다. 고등학교는 대학과 달리 졸업회수로 해도 이같은 문제가 없다. 1학년 입학 때부터 3학년 졸업 때까지 별 문제가 없는 한 차근차근 이어지는 까닭이다.
꼭 졸업회수로 따져야 한다면 입학연도(학번)와 함께 쓰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 입학년도를 먼저 쓰거나 말하고 뒤에 졸업회수를 붙이면 될 것이다.(중앙대로 편입한 사람들 경우엔 1학년으로 입학했을 때 연도가 학번이다. 예를 들어 다른 대학에서 1학년을 마치고 1974년 중앙대에 2학년으로 편입했다면 1973학번이 된다는 얘기다.)
‘회수’란 용어를 ‘기수’로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기수’는 군이나 경찰 등의 특수조직에서 쓰는 용어로 오랜 군사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