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박정인 선배님을 취재하고 감동받은 기자분께서 올린 글입니다.
대단한 분이시죠. 박정인 선배님에 얽힌 재계의 신화같은 이야기가 무궁무진 합니다.
=============================================================================
서서 일하는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
안녕하세요. 경제부에서 자동차, 중공업 등을 취재하고 있는 주성원기자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삼성그룹과 LG그룹, 전경련 등의 경제 단체 출입도 함께 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얼마 전 만난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삼역 부근 현대모비스 사옥에 있는 박 회장의 집무실을 찾았습니다. 특별히 인터뷰 건은 아니었습니다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 회사로는 국내 최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입니다. 지난해 매출이 6조4300억원 정도라는 군요.
이 정도 규모 기업의 회장 집무실이라면 어떤 모습일까요. 널찍한 방과 큰 책상, 안락한 소파와 테이블 정도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박 회장의 집무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책상과 의자도 물론 있지만, 따로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이 하나 더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외국 여행을 하다보면 간혹 선 채 마시는 커피숍들을 볼 수 있지요? 그런 식입니다. 박 회장의 키에 맞춰진 책상에는 컴퓨터와 책들, 서류가 놓여있었습니다. 박 회장은 그렇게 하루 종일 선 채로 일을 한다는군요. 간혹 시간이 남으면 선 채 독서를 한답니다. 올해 62세인 박 회장은 “아주 피곤할 때가 아니면 의자에 앉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결제를 받거나 그를 만나기 위해 집무실을 찾은 부하 직원이나 방문객은 모두 선 채로 박 회장과 대화를 나눠야 하고요. 저도 선 채 박 회장을 만났습니다.
왜 서서 일을 할까 궁금했습니다. 혹시 허리나 등 쪽이 안 좋은 건 아닐까. 그 점을 물었더니 “업무 효율을 위해 4년 전부터 서서 일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대신 서서 일을 할 만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군요.
할 일은 많은데 앉아서 일하면 게을러지는 듯해서 아예 서서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스피드 경영’ 이라는 그의 경영 철학이 묻어나오는 대목입니다.
현대모비스는 2001년부터 컴퓨터와 화상 캠을 이용한 화상 회의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는 회사입니다. 불필요한 회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박 회장이 도입한 시스템이지요. 실제로 박 회장은 하루 2차례 화상 회의를 주재합니다.
오전에 주재하는 회의에는 중국과 미국, 남미 지역에 나가있는 공장과 사무소 책임자들이 참여합니다. 오후 회의에는 인도와 유럽 지역 실무자들과 회의를 합니다.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셈이지요. 물론, 선 채로요.
박 회장은 1969년 현대자동차에 사원으로 입사해 계열사의 회장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월급쟁이’가 한 번 도전해 볼만한 전형이지요.
그런 그에게 굳이 ‘성공의 비결’을 묻지 않았습니다. 이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할 때까지 서서 일하는 박 회장의 현재 모습에는 그의 과거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