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재원 확보를 위한 대학들의 기부금 모금 경쟁이 한창이다. 본보 조사 결과 1995년에 상위 10위권에 속했던 대학 가운데 무려 6개 대학이 지난해 총액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기부금 모금에서 밀리면 대학 경쟁력도 끝”이라는 인식 아래 총장부터 발 벗고 나서 동문과 기업을 상대로 기부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포항공대 한국항공대 급상승=95년 기부금 모금 총액 순위는 고려대 연세대 한림대 울산대 한양대 건국대 홍익대 경희대 서강대 아주대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도 10위권에 든 대학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등 4개 대학뿐이다.
한림대는 95년 3위에서 지난해 21위, 홍익대는 95년 7위에서 지난해 25위로 똑같이 18계단 내려갔다. 한림대와 홍익대의 10년 동안 기부금 총액 순위는 각각 15위, 21위에 머물렀다.
급상승한 대학도 있다. 포항공대는 95년 25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5위로 20계단이나 올라 상위 10위권 대학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성균관대가 95년 18위에서 지난해 4위로 14계단, 인하대는 95년 20위에서 지난해 10위로 1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화여대와 중앙대도 각각 9계단씩 상승했다.
한국항공대는 95년 80위에서 지난해 23위로 무려 57계단이나 올라 가장 상승폭이 큰 대학으로 조사됐다. 한서대는 90위에서 45위로 45계단이나 상승했으며, 호서대도 36계단 뛰어올랐다.
▽10년 동안 기부금 5.2배 증가=사립대 평균 모금액은 95년 17억6184만 원에서 지난해 90억7778만 원으로 5.2배 늘었다.
기부금 모금 상위 10위권 대학은 95년 전체 대학 모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48.4%를 차지했으며, 지난해도 48.4%로 똑같았다. 상위 30위권 대학들은 95년 83.9%에서 지난해 74.0%로 줄어들었다.
사립대 가운데 10년 동안 매년 평균 100억 원 이상 기부금을 모은 대학은 21개였다. 55개 대학은 10년 동안 매년 1억 원도 모금하지 못했다.
▽“총장 교체 이후 한 달 만에 과거 2년치 모금”=서강대는 최근 10년 동안 1106억여 원을 모아 전체 사립대 가운데 20위를 차지했다. 95년에는 9위였지만 이후 전반적으로 순위가 낮아졌다.
하지만 서강대는 6월 말 손병두(孫炳斗)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과거 2년치에 해당되는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강대 관계자는 “손 총장이 직접 나서 동문과 학부모, 기업에서 모금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기부금 모금에서 총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중앙대 명지대 경희대 등 기부금 상위권 대학들도 총장이 교체된 이듬해에 기부금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연세대는 송자(宋梓) 전 총장이 92년부터 4년 동안 1500억여 원을 유치해 대학가에선 ‘연세대=기부금’이라는 등식이 나돌 정도였다. 연세대는 총장이 바뀔 때마다 기부금 모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대학이다.
고려대 관계자들은 “개교 100주년을 계기로 기업들의 기부금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모금 아이디어 전쟁=총장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각 대학은 기부금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졸업생을 상대로 한 모금 네트워크 구축은 상위권 대학들의 관심사다. 고려대는 2002년 졸업생 515명에게서 19억 원을 모았으나, 지난해에는 4772명에게서 120억 원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학들은 기업 홍보를 조건으로 기부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세대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저명한 석학을 초빙해 ‘현대자동차 석좌교수’, ‘LG상남 석좌교수’, ‘포스코 석좌교수’ 등으로 명명한다. 한양대는 건물 이름뿐만 아니라 책걸상, 컴퓨터, 나무 등에 기부자 이름을 붙여 준다. 또 기부자에게 평생교육원 등 학교 내 교육시설의 수강료 면제 혜택을 주는 대학도 많다.
▽어떻게 봐야 하나=사립대들은 기부문화가 선진국처럼 정착돼야 대학교육이 강화된다고 지적한다.
서강대 최운열(崔運烈) 대외협력부총장은 “외국 대학은 동문들이 낸 기부금 비중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기업 몫”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이두희(李斗熙) 대외협력처장은 “졸업생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대학도 학문연구 성과 등으로 경쟁력을 길러야 더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동문 모금은 거의 없어▼
서울대는 지난해 578억2000여만 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이는 지난해 사립대의 기부금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