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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 번역 완간

관리자 | 조회 수 1339 | 2010.06.17. 14:06
 
업데이트 : 2010.06.11 17:51:25
‘자치통감’ 번역 32권으로 완간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 “자치통감은 정치와 인생의 교과서”

중국 송나라 때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사마광(司馬光·1019∼1086)이 쓴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사마천의 ‘사기’, 공자의 ‘춘추’와 함께 중국의 3대 역사서로 꼽힌다.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방식인 편년체로 쓰인 이 역사서는 중국 전국시대인 주(周) 위열왕 23년(기원전 403년)부터 송나라가 들어서기 전인 오대십국의 후주(後周) 현덕 6년(959년)까지 1362년의 역사가 담겼다.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자치통감’ 294권이 마침내 우리말로 번역 완간됐다. 번역본은 최근 출간된 오대시대 28∼31권과 해설서 ‘자치통감 전(傳)’을 포함해 모두 32권이다. 총 1만9500여쪽에 200자 원고지 8만여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완역해 책으로 펴낸 주인공은 권중달(69) 중앙대 역사학과 명예교수다.

최근 서울 봉천동 오피스텔의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권 교수는 “이제 산 하나 넘었다.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학자로서의 평생을 ‘자치통감’과 더불어 살아왔다. 관련 논문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에는 완역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2002년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번역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번역팀을 꾸리면서 가속도가 붙었고 2005년 말 마침내 번역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판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 결국 권 교수는 2006년 1월 대학 정년퇴임 때 받은 퇴직금을 쏟아부어 출판사(삼화)를 차려야 했다. 부인이 대표를 맡았고, 사무 업무와 교정 등은 딸이 도왔다. 그렇게 해서 2007년 1월 후한시대 등을 다룬 4권을 1차분으로 선보일 수 있었고, 6개월 간격으로 3∼5권씩 펴낸 끝에 완간을 보게 됐다. 번역에 착수한 지 13년, 출간 작업에 들어간 지 4년여 만이다. 그 과정에서 출판 경비가 모자라 부인이 은행 문을 두드리는 곡절도 겪어야 했지만 그의 완간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권 교수는 ‘자치통감’에 대해 “1300여년의 역사를 통관하며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술한 것으로 현재까지 나와 있는 역사서 가운데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동아시아에서 지난 1000여년 동안 지식인, 지도자들의 필독서였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원(元) 세조 쿠빌라이는 ‘자치통감’을 몽골어로 부분 번역해 자손들에게 가르쳤고, 조선시대 세종대왕도 ‘자치통감훈의’를 편찬해 전국에 배포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대장정 중에도 이 책을 지니고 다니며 17번이나 읽었을 정도다.

권 교수는 자치통감을 중국의 역사라며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치통감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흉노 거란 등 중국 주변 나라들의 역사까지 담겨 있어요. 중국의 역사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역사라 할 수 있지요.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느냐가 중요하지 네 역사, 내 역사를 따지는 건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는 “자치통감에는 중국 16개 왕조의 흥망성쇠와 다양한 인생살이가 담겨 있다. 다루고 있는 사건만도 2만개가 넘는다”면서 “영화 드라마 등 문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의 보고(寶庫)”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치통감은 정치의 교과서이면서 인생의 교과서이기 때문에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면서 “완역 출간의 목표는 이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자치통감을 대중화하는 일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