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



“무늬만 토착화는 가라”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경에 따라 시장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다.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술과 인적자원 그리고 자본까지도 이동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경영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영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국적보다 해당 기업이 얼마나 현지 국가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가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현지 사회와 같이 호흡하고 경제에 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경영 철학이다.

삼성전자의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할 시절 2000년 봄 올림푸스 본사 경영진으로부터 한국법인 사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을 받을 때부터 그 철학은 뚜렷했다.

당시 필자는 소신을 가지고 일본 올림푸스 본사 경영진에게 재무, 회계, 인사 등 모든 경영권을 자신에게 맡길 것과 한국법인이 낸 이익은 모두 한국에 재투자할 것을 내걸었고, 그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그 이유는 본사 간섭이 너무 심하면 한국 측 임직원의 의욕이 나지 않아 사업성과가 부진할 거라는 생각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결국, 출발부터 판매법인이 아닌 독립법인으로 시작했다는 점이 올림푸스한국이 국내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독자경영, 직판체제, 국내모델인 전지현을 통한 ‘My digital Story Campain’등을 통해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특히, R&D 센터의 역할을 하는 자회사 오디엔케이(ODNK: Olympus Digital Networks Korea)는 지난 2005년에는 1400억 이상의 수출을 달성했다.

이로써, 단순한 외국지사가 아닌 국내에 토착화된 외국계 기업으로서의 XD Card Media 수출을 통해 한국 제반 산업에 기여한다는 신념을 현실화할 수 있었다. 최근 오디엔케이에서 홈쇼핑업체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영상 솔루션 리얼픽스(Realpics) 신기술은 일본 본사에서 개발했지만 한국에서 먼저 상용화를 실시한 첫 번째 케이스이다.

리얼픽스는 컬러 TV나 컴퓨터의 컬러 모니터 등 빛을 이용하는 표시 장치에서 육안으로 보는 것과 가장 가까운 이미지를 구현하는 영상 신기술이다. 온라인쇼핑이 활발한 우리나라의 경우 ‘사진과 배달된 물건이 다르다’는 불만으로 반품을 요청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에는 이 기술은 e커머스 및 최근 영상 이미지 콘텐츠 사업 규모가 더욱 커짐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금 우리는 여러 사례와 더불어 진정한 의미의 외국계 기업의 토착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볼 시점이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

중앙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올림푸스에서 ‘최초, 최연소 외국인 경영임원’으로 승진한 후 올림푸스이미징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전세계마케팅을 총괄했다. 현재 올림푸스이미징(OIMC) 본사 경영 등기이사이자 올림푸스한국 사장, 자회사인 올림푸스디지털네트워크코리아(ODNK)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올림푸스 日본사 카메라 부문 적자, 프리미엄 전략으로 한방에 해결
◆CEO & CEO / 올림푸스한국 방일석사장◆

2005년 3월, 일본 올림푸스 본사에 비상이 걸렸다 . 2004회계연도 결산 결과 카메라 사업이 사상 최대 영업적자(239억엔)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사람이 다름 아닌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이다 . 올림푸스를 단기간에 한국 디지털카메라 시장 강자로 끌어올린 능력에 주목한 것이다.

본사 경영진 요청으로 일본에 건너간 방 사장은 빠른 속도로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카메라 고유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그래서 다른 부가 기능보다 카메라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했죠. 또 올림푸스의 상징인 `뮤`(모델명)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져가기로 하고 라인업을 확대했습니다 ."

그의 이 같은 판단은 `디버전스` 전략의 시초가 됐고 그의 전략은 주효했다.

올림푸스는 2005회계연도에 흑자로 돌아섰다 . 지난해엔 무려 272억엔 영업흑자를 냈다 . 올림푸스 본사는 방 사장을 `재기의 1등공신`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물 속에서 찍을 수 있는 디카` `18배줌이 가능한 디카` 등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올림푸스 제품들은 대부분 방 사장의 디버전스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한국으로 컴백한 뒤에도 방 사장의 활약은 지칠 줄 모른다 . 대표적인 예가 리얼픽스(Realpics) 사업화다.

리얼픽스는 사물의 색상을 100%에 가깝게 찍는 기술이다 . 예컨대 원본은 노란색인데 일반 카메라로 찍으면 주황색으로 나타낼 때가 있다 . 리얼픽스를 사용하면 원색을 거의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리얼픽스는 수년 전 올림푸스 본사에서 개발한 기술인데, 사업화를 못해 사장되다시피 했죠.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그 유용성이 무궁무진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사업화를 구상했습니다 ."

자칫 땅에 묻힐 뻔했던 기술을 방 사장이 끄집어내 사업화한 것이다.

"후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한국 문화재청과 함께 문화재 400점을 일일이 리얼픽스로 찍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경매ㆍ쇼핑몰 사이트에 상품 사진을 올려놓을 때도 리얼픽스가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 각 가정의 LCD TV에 리얼픽스로 찍은 미술작품 사진을 띄워 놓으면 그 자체로 `진품 액자`가 될 수 있습니다 ."

그는 "원천기술은 일본이 갖고 있으나 디카와 필터, 소프트웨어, 모니터 기술을 활용한 사업화 모델(리얼픽스 솔루션)은 올림푸스한국이 개발한 것인 만큼 그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앞으로 리얼픽스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울로 컴백한 뒤 방 사장은 직원들의 마인드 개조에 심혈을 기울였다.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의 능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모든 임직원(200여 명)은 매일 업무가 끝나면 동료들에게 하루에 일어난 업무상 문제를 담아 이메일을 보냅니다 . 리얼타임 정보 공유죠. 임직원들은 각자 받은 이메일에 코멘트를 달아 답장을 보냅니다 . 직원들은 자기 업무를 되돌아보고 선ㆍ후배 조언을 받아 가며 업무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 또 옆에 있는 동료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죠. 대기업은 내부 소통이 외부와의 소통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우린 내부의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

모든 임직원이 함께 오페라나 뮤지컬을 관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임직원 전원이 30㎞ 야간행군도 한다 . 방 사장은 "기업의 성장 모멘텀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며 "직원들의 창조적 발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 사장의 `작지만 강한 회사` 프로젝트는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다.

직원 1인당 연매출 6억500만원이 이를 입증한다.

웬만한 글로벌 대기업을 능가하는 기록이다.

올림푸스엔 의료기기도 빼놓을 수 없다 . 세계 최초로 내시경을 만든 회사가 바로 올림푸스다 . 한국 내시경 시장에서도 올림푸스는 절대 강자다 . 국내 대학병원 90% 이상이 올림푸스 내시경을 쓴다.

방 사장은 "내과뿐 아니라 외과, 비뇨기과 내시경시장을 개척하고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을 접목한 신규 의료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림푸스한국은 올해 매출 2200억원에 영업이익률 10%(220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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