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줄기세포로 뇌졸중 쥐 치료 성공”
중앙대의대 의학연구소 김승업 석좌교수는 쥐의 뇌혈관에 단백질 분해효소를 주입해 뇌출혈을 일으킨 다음 뇌출혈이 생긴 뇌 부위에 미리 준비해 놓은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뇌졸중을 치료하는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 저널인 ‘진테라피(Gene Therapyㆍ유전자치료)’ 최근호(6월 25일자)에 발표됐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 실험에 사용된 인간 신경줄기세포는 태아의 뇌에서 분리한 ‘불사화(不死化)’ 세포주로, 김 교수는 관련 세포주에 대한 국제특허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 신경줄기세포에 ‘글리아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GDNF)’ 유전자를 처리한 새로운 세포주를 제작했으며 이를 뇌졸중에 걸린 쥐의 뇌에 이식했다.
GDNF 신경영양인자는 파킨슨병과 루게릭병, 뇌졸중 동물에서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사람에게서는 혈액-뇌관문을 잘 통과하지 못하는데다 뇌 속에 넣어도 그 생존기간이 짧아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DNF 유전자를 신경줄기세포에 탑재했다. 이는 줄기세포에 GDNF 유전자를 이식하면 하나로 합쳐진 이들 세포가 뇌졸중 병변 부위로 가서 신경세포의 재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험 결과, 이런 식으로 쥐의 몸속에 이식된 줄기세포는 신경세포와 그 보조세포인 성상세포로 만들어졌으며, 뇌출혈로 죽어가던 신경세포를 재생시켰다. 또한 뇌출혈로 이상 증세를 보이던 쥐의 행동도 정상에 가까워졌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앞서 연구팀은 척수손상, 헌팅톤병, 파킨슨병, 소아 라이소좀병 등의 쥐 모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거둔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세포치료기술에 유전자 치료법을 결합시킨 형태”라며 “예를 들어 자살유전자를 넣은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종양 동물의 혈관에 주입할 경우 이 줄기세포는 종양 부위만 선택적으로 찾아가고, 줄기세포에서 방출되는 항암제는 뇌종양 세포를 사멸시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김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티 오브 호프 메디컬센터’의 아부디(Aboody) 교수팀에 의해 8명의 악성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 시험을 앞두고 있다. 시티 오브 호프 메디컬센터는 미국 5대 암 병원 가운데 하나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