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문대 진학고교 차등지원
명문대(서울, 연세, 고려, 서강, 성균, 이화여대)선정
서울지역의 2010학년도 고교 신입생 선발부터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골라 지원하는 ‘학교 선택제’가 시행됨에 따라, 각 자치구들이 대학 진학률이 높은 명문고 육성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관내 고교들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교육 낙후 지역’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궁여지책이지만, 세금을 소수의 성적 우수 학교에 편중 지원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는 올해부터 ‘명문학교 육성팀’을 새로 만들었다. 성적 상위권 중학생들을 데려오려면 관내 고교의 대학 입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구의 목표는 5개뿐인 지역 일반계고의 대학 진학률을 2013년까지 해마다 10%씩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구는 올해 처음으로 ‘학력신장 예산’ 13억7천만원을 배정했다. 이 가운데 고교에 지원되는 돈은 절반가량인 7억8천만원이다.
중구 명문학교 육성팀 관계자는 “1학기에는 5개 학교에 8천만원씩 똑같이 예산을 지원하지만, 2학기 때는 모의고사 성적 향상도를 기준으로 예산을 차등 배분하기로 했다”며 “내년 예산은 명문대 진학률과 수능 성적 평균점수 향상도를 기준으로 또다시 차등 지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명문대는 서울·연·고대와 성균관대·서강대·이화여대까지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중구는 이 밖에 과목별로 교사 1명당 학생 5명을 기준으로 하는 ‘소수 엘리트반’을 꾸리도록 각 학교에 독려하고, 학원 유명 강사를 영입해 방과후 학교 강사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대학별로 등급을 매긴 뒤 명문대 진학 학생 수를 기준으로 고교에 차등 지원을 했다가 물의를 빚은 중랑구는 올해에도 이 정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중랑구 교육환경 개선팀 관계자는 “지난해에 대학을 네 등급으로 나눴다가 일부 대학의 거센 항의를 받았지만, 우수 학교 육성을 위해 이 정책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올해는 대학뿐 아니라 학과까지 고려해 등급을 7개로 세분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등급은 서울대·포항공대·카이스트 등이지만, 지방대라도 의대나 자율전공학부 등 인기가 높은 학과는 한두 등급 정도 상향 조정된다”고 귀띔했다. ‘교육 1번지’ 강남구 역시 관내 학교 가운데 명문고 5곳을 선정해 학교당 4억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명문고 선정에는 당연히 진학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야 고교들이 긴장을 하고 서로 경쟁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지자체의 교육지원비는 모두에게 좀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세금으로 마련한 것인데, 이 예산으로 입시 실적이 좋은 몇몇 학교를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