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박범훈 중앙대 총장 "사립학교법 일본보다 더 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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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본관 2층 총장실을 찾은 20일.요란한 공사 소리가 총장실에 울려 퍼졌다.
장맛비에 드릴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공사 소리 때문에 인터뷰가 잠시 늦춰지는 사이 급하게 '총장님'을 찾는 손님이 찾아왔다.
10여 분이 흘렀을까.
박범훈 중앙대 총장(58)이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나타났다.
인터뷰를 위해 공사도 잠시 중단했다.
그제서야 국내 최초 '작곡가'출신 총장으로 지난달부터 권위주의적인 대학행정문화를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지휘하고' 있는 박 총장과의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굉장히 바쁘시네요.
여름 휴가는 다녀왔나요.
"일주일 정도 다녀왔죠.휴가 때도 절에 틀어박혀 곡만 썼습니다.
총장되고 나서 곡을 거의 못 썼거든요.
국립극장에서 국내 4대 작곡가를 선정하고 곡을 부탁했는데 데드라인이 7월 말까지라…. 이번에 얼개는 대충 짜놨습니다."
-88서울올림픽,2002년 한·일 월드컵 지휘 등 국악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다 총장으로 취임하셨는데요.
작곡가와 총장 중 어느게 쉽던가요.
"당연히 작곡이 더 쉽죠.(웃음)평생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곡만 썼으니까요.
(그는 오른쪽 중지에 박인 굳은살을 보여줬다)게다가 작곡은 죽이 되든,밥이 되든 저 혼자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총장은 혼자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취임하신 지 2년5개월이 지났는데요.
"제가 맡을 당시에는 대학들이 백화점식으로 몸집을 불리던 시기를 지나 다들 줄이는 때였습니다.
구조조정이 가장 힘들었죠.동문이고 교수고 자기학과가 없어진다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취임과 함께 8개 학과를 없앴습니다."
-학과 구조조정은 민감한 문제라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다행인 것은 큰 덩치로만 살 수 없다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다 보니 총장실 찾아와 방문 한번 뻥 차고 화풀이하고 마는 거죠.하지만 그거 당하는 총장은 굉장히 아픕니다.
(웃음)"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준비도 열심이던데요.
"예,교수도 30명 충원했고 국내 최대 법학관도 만들었습니다.
없는 살림에 빚내 준비하다보니 허리가 휠 정도입니다.
로스쿨 도입 취지에 100% 공감해 교육부가 하라는 대로 다 했죠.그런데 사립대학에는 지원도 안해주면서 현직 판검사를 모셔와라,도서관은 이렇게 지어라 등 요구하는 게 너무 많아요.
입학 정원만 해도 그렇습니다."
-로스쿨 정원은 얼마나 돼야 하나요.
"우리 학교는 최소 150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시설에 150명 미만으로는 손해보는거죠.대학마다 한 학년 입학 정원은 달라야겠지만…. 현재 법과대학생이 200명인데 150명보다 적은 수를 받으면 문제죠."
-중앙대는 법학관 완공에만 467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요즘 대학들도 결국 '돈'이 문제인데요.
"맞습니다.
총장하면서 또 힘들었던 게 재정 확보입니다.
취임 후 지금까지 210억원 정도 발전기금을 모았습니다.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얼마나 부럽던지요.
오죽했으면 광고모델로도 나섰겠습니까.
광고료 2억원 받아 학교에 기부하니 기분은 좋더라고요.
(그는 2005년 LG 브랜드 광고 시리즈의 '국악편'에 출연했다)"
-발전기금 모으려고 직접 작곡한 곡을 담은 CD를 판매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웃음)그냥 주는거죠.판매한다기 보다.
순전히 성의 차원입니다.
어 총장도 와인 팔았잖아요."
-총장실로 올라오다 보니 본관 1층에 공사가 한창이던데요.
"얼마 전 선포한 '학교행정문화 바꾸기' 캠페인 일환입니다.
고객인 학생들이 '원스톱'으로 행정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겁니다.
1층을 완전히 터 모든 업무처리를 고객위주로 바꿔갈 겁니다."
-왜 대학행정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취임 초반에는 일단 '배고픈 것'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법학관도 완공했고,첨단영상대학원 등 전문대학원 체제를 위한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준비됐습니다.
이제 소프트웨어가 바뀔 때죠.권위주의적인 대학행정 문화를 바꾸겠다는 겁니다.
'3% 퇴출' 등 공무원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습니까.
변화의 바람에 가장 둔한 대학행정도 이젠 바뀌어야 해요.
일본 유학시절 행정실 직원이 학생이 들어서자마자 일어서 깍듯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하는 모습에 무척 감명받았습니다."
-직원들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엔 시큰둥했죠.캠페인 시작한 지 한달가량됐는데 많이 따라주는 편입니다.
앞으로 단과대학별로 경쟁을 붙여서 지원도 차등화할 생각입니다."
-솔직히 말해 중앙대가 경쟁대학에 비해 밀리는 느낌인데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안일했죠.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립대학은 사립대학답게 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내부경쟁 등을 통해 사립대학처럼 운영한 대학은 성공했어요.
현재 재단문제,학교부지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입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외 수도권에 좀 더 넓은 캠퍼스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도 추진 중입니다.
앞으로 잘 될 겁니다."
-예술인 출신 총장이어서 그런지 정부의 대학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말씀하시던데요.
"제가 일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일본정부는 사립대학의 운영에 관해 모든 걸 학교에 맡깁니다.
재단이 삼촌을 데리고 와 운영을 해도 내버려 둡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엄격하게 처벌합니다.
현재 법률로만 보면 한국의 사립학교법이 훨씬 더 엄격합니다.
굳이 사학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현재 법으로도 비리사학은 충분히 응징 가능합니다."
-3불 정책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요.
"기부입학은 찬성합니다.
대학들 재정난이 워낙 심각하니까요.
물론 지방대학들의 반발이 심하겠지요.
기부입학 자체를 거부하기 보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도입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2018년이면 개교 100주년인데 장기플랜 좀 들려 주시죠.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부터 있었던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 중 입니다.
약학대학을 중심으로 생명공학(BT)에 집중할 겁니다.
신약 하나만 잘 개발하면 학교를 살릴 수 있으니까요.
이를 위해 460억원을 들여 학교 정문 앞에 3만3000㎡ 규모의 자연계열 융합 건물을 짓습니다.
50년이 넘은 약대 건물도 부수고 다시 세웁니다.
이르면 내년 봄 착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리=성선화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ksch@hankyung.com
입력: 2007-07-22 18:29 / 수정: 2007-07-22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