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사우스(남한·south)냐 노스(북한·north)냐' 물을 때마다 '원 코리아(한국·one korea)'다라고 말했습니다. 대단한 사람만 통일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세계를 돌며 통일 캠페인을 벌여 온 윤옥환(49)씨는 30일 서울 중구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뉴시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윤씨는 통일운동가 대신 '통일 캠페이너(campaigner)'란 표현을 쓴다. 통일운동가는 대단한 일을 하는 권위자란 느낌을 주지만 자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을 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윤씨는 일반인이 하기 힘든 일을 했다. 윤씨는 2001년부터 192개국, 30만㎞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횡단하면서 남북통일을 호소했다.
'원 코리아 원 월드(One Korea, One World)'라고 적힌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면서 길에서 만난 외국인들에게 남북한 분단 상황을 알리고 통일 필요성을 호소하는 식이다.
지난 6월에는 영국 국회가 남북통일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며 영국 국회의사당 앞 공원에서 40일간 단식 천막농성을 하기도 했다.
윤씨의 여정은 험난했다. 남수단에서 반군에 납치됐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적도 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급진주의자에게 붙잡혀 교수형을 당할 뻔 한 적도 있다. 교통사고로 여정을 중단했던 적만 5번이란다. 이같은 윤씨의 여정은 슬로바키아 영화사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다.
실제 깡마른 윤씨의 몸 곳곳에 상처가 가득했다. 위험이 상존하고 먹을 게 없어 굶고 노숙을 하면서까지 여행을 한 이유를 묻자 '영혼의 부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앙대 법대 82학번이다. 전두환 정권 때 데모를 하다 노량진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했다. 후유증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겨우 극복을 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돌아왔는데 다시 아팠다. 내 질병이 남북분단이란 현실과 연관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영혼의 목마름이 생겼다. 갈증을 풀고 싶었다. 지구를 다 돌아보고 체험해보면 풀릴 것 같았다. 1998년부터 3년간 체력과 관련 지식을 쌓은 후 여정에 나섰다."
윤씨는 30만㎞가 넘는 여정 중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 남북 긴장완화와 통일 필요성을 호소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인접국 일수록 냉담했다고 했다.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합의는 물론, 주변국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경험을 토로했다.
"남의 나라의 불행은 행복인 것 같다. 일본과 중국 사람들은 통일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인접국일수록 통일 안 되고 분단돼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일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유럽 사람들도 통일 되겠냐고 물었다. 통일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말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다. 국제관계란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지구상 최후 이념적 분단국가다. 남북 긴장이 완화되면 세계 긴장도 완화된다는 점을 알려야한다."
윤씨는 북한에 가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해외에서 북한사람들을 찾아 나선 적도 많다.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적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분단 60년간 높게 쌓인 이념의 장벽을 실감했다. 그래도 북한에 가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대사관에 찾아갔는데 왜 왔냐 간첩 아니냐고 하더라.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다고 하면 안 믿는다. 여행객을 위장한 간첩으로 본다. 통일해야 한다고는 하는데 곧장 미군 철수해야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어디가나 똑같다. 대화가 안된다. 사실 2006년 갈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신변안전각서를 받는 조건으로 허락을 받았다. 북한 비자를 받으려면 이른바 후원이란 명목으로 큰돈을 내야했다. 돈도 문제지만 선전도구로 이용될 수 있어 접었다. 남북통일에 도움이 되는 시기에 맞춰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
그는 통일운동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통일비용 등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사회 일각에도 일침을 놨다.
"통일운동은 특정인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외국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고 올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남북통일 문제를 제기하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또 통일비용 등 부작용은 사람들이 많이 안다. 긍정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하니까. 이런 세태는 고쳐야한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통일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통일의 당위성을 정리해가야 한다."
윤씨는 외국어 교육과 개방의 중요성도 호소했다. 192개국을 도는 동안 몸으로 체득한 일이라며 꼭 기사화시켜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서울~부산간 거리가 450㎞다. 한국에 있을 땐 서울~부산 보다 멀면 멀다, 가까우면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만㎞ 안쪽은 이제 멀게 안 느껴진다. 사고가 달라진 것이다. 이처럼 개방된 국가가 기회가 더 많고 창의성이 높다. 폐쇄된 국가는 국민이 낙후된 삶을 살더라. 또 우리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서도 외국어 교육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우리끼리 떠들어봤자 외국인들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