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실업계 고등학교의 변신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마을학교에서 ‘일과 직업’에 대한 수업준비를 하다가 우리나라의 직업 종류가 1천2백 여 개로 다양함을 알았다. 대학 진학률은 ‘미국이 60~70%, 일본 50%, 독일 30%인데, 우리의 진학률은 고졸자의 70%가 대학에 진학하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직업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다보니 대졸 실업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10~20년 후 유망 직종과 대학진학 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 서울 성북구 K경영고등학교(윤옥선 교장)에서 마을과 학교가 만나는 동교동락(洞校同樂)제빵 체험 행사에 참석을 했다. 요즘 서울이나 지방이나 실업계 고등학교는 학생숫자 감소와 대학진학 위주의 학부모들 성화에 정원 미달이 되고,
폐교까지 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 고등학교는 발 빠른 변신으로 외식 요리계의 샛별을 추구하며, 외식사관고를 목표로 외식경영과, 디저트 제과 경영과, 카페경영과, 국제관광과를 추구하고 있다.
이 학교 김미향 인성교육부장이 마을 구성원들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학부모들에게 외식학교 홍보를 위하여 제빵체험과 바리스타 체험을 실시한다고 했다. K경영고등학교는 2017년 교육부의 매력적인 직업계 고등학교로 선정되어 외식경영과를 신설하고,
제과명장 후앙 대표 송영광 명장과 조리 명장 플로라 대표 조우현 명장을 산업현장 교수로 선임하였다. 이번 행사는 성북구청의 지원으로 인근의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주민들 등 20여명이 참석을 했다.
제빵 실습은 조영준 실습 교사의 지도로 ‘크렌베리 스콘과 프랑부와즈 잼(산딸기)’만들기 체험을 했다. 이번 실습은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 편이라고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특히 외식경영과 학생들 10여명이 실습을 도와주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학생들과 실습을 같이하며 직업과 일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변모했음을 느꼈다. 미국이나 선진국들은 다양한 직업을 선호하는 것을 본다.
미국의 빌게이츠나 잡스 등은 대학을 중퇴하고, IT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창업을 주도했다. IT 소프트사업은 세계 최고의 직업과 일로 인정한다. 현재 우리나라 취업준비 학생들은 공무원, 교사, 공기업, 그리고 대기업을 선호한다.
그런데 수업을 하며 아이들이 “저는 요리사나 제빵, 바리스타를 지망해요.” 라는 말에 직업의 변모를 느낄 수 있었다. 덴마크정부는 장래의 직업 수요를 파악하고, 직업학교와 대학의 정원을 재조정하며,
의사부터 미용사·목수에 이르기까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공급하고 있다. 매년 각종 자격증 숫자를 조절한 덕분에 덴마크는 실업자를 최소화하면서 세계에서 국민 행복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각 직업마다 밥벌이하는 사람 숫자를 알고 내고, 그들이 생산해내는 부(富)의 크기를 짐작해 일과 직업에 활용해야겠다. 이제는 공무원 같은 직업에만 몰리는 청년들과 수많은 젊은이가 가수를 하겠다며
우르르 오디션에 몰려다니는 것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 그런데 이 학교 외식경영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 신생아 수가 줄고 학생 숫자가 감소하는 현실에 이 실업계 고등학교의 변신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8. 09. 03) 발표
[출처] (교육칼럼)어느 실업계 고등학교의 변신 / 류시호 작가 |작성자 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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