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雌雄)을 겨룬다니?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암컷 자(雌)와 수컷 웅(雄)이 뭘 겨룰 게 있단 말인가. 지고(雌) 이기는(雄) 자웅을 가른다는 말이면 모를까?
위인전처럼 오해받기 쉬운 영웅전. |
영자(英雌)가 뛰어난 여인네라면 영웅은 뛰어난(英) 사나이(雄)다. 영웅인 히어로(hero)는 반신반인(半神半人)처럼 다르다는 뜻의 헤테로(hetero)라는 말에서 왔다는데 그럴 듯하다
영웅처럼 훌륭한(偉) 사람(人)이 위인(Great Man)이다. 아동교육용으로 많은 위인전과 영웅전이 나오는 이유다. 영웅전 중 ‘플루타르크 영웅전’이 가장 유명하다. 다만 지극히 한국화된 제목이다. 원제목 어디에도 영웅이란 말은 없다. 플루타르크(46~120)가 그리스인과 로마인을 짝지어 쓴 대비열전(Bioi Paralleloi)이다. 인물들 삶(Bioi)을 비교(Paralleloi)했을 뿐 영웅전이 아니다. 이 책의 진가는 인물 대비에 있다. 아동만화로도 나왔기에 가벼운 영웅담같지만 열두 권으로 된 묵직한 인물전이다. 도서관 화재 시 딱 하나 끄집어 내와야 할 책으로 꼽히기도 했던 명저다. 23쌍 인물대비 중 배신자 대비도 있다. 알키비데우스가 어찌 조국 아테네를 배신하고, 코르넬리우스가 어찌 조국 로마를 배반하는지 생생하게 기록한 역사서다. 신화적 환상 속에선 헤라의 저주로 광(狂)적이며 광(光)적으로 살다 죽어 신이 된 헤라클레스와 같은 영웅이 있다. 하지만 역사적 현실 안에서 영웅은 없다. 다만 유명 위인들보다 이름을 남기지 못한 무명 위인이 많았을 줄로 안다.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