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문학동네 詩 신인문학상 받은 이승욱씨 -경향신문-

지난 6월부터 인천문화재단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인천문화재단의 정식 신입사원이 된 이승욱씨(26·사진)가 무려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09 문학동네 신인문학상 시 부문 최종당선자로 확정됐다. 대학을 갓졸업한 젊은 나이에 권위 있는 문학상을 통해 시인이 된 그는 당선의 영광을 ‘행운’으로 돌렸다.
“시를 쓴다는 게 아직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써나가야 한다. 그것이 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밥을 먹는 듯 자연스러운 행위 속에서 뜻밖의 상을 받은 느낌입니다.”
문학동네에 발표된 이씨의 당선소감 역시 한마디로 표현하면 ‘운이 좋았다’이다.
인천 부평서초, 산곡남중, 학익고를 나온 인천의 평범한 토박이는 2002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면서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시인 장석남과 문태준의 작품을 탐독하며 은연 중에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시를 읽으면 마음에 바로 전달되는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저도 그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 많진 않지만 습작을 꾸준히 써 왔습니다.”
대학시절 2007 연세대 윤동주 시문학상 가작을 받은 뒤 이씨의 화두는 “모든 일에는 끝이 있고 그 끝은 항상 열려 있다”이다. 이씨는 이 의미가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절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동네에 출품한 당선작 <탁탁탁>과 그 외 4편인 <박수> <하모니카> <질서> <오전의 물결> 역시 이씨의 화두와 맥을 같이 한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시인 남진우, 이문재, 신형철은 이씨의 작품에 대해 “스케일이 크다”고 평했다. 사물에 대한 시선과 관점이 나이와 달리 깊이와 넓이를 지녔다는 의미였다.
“제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게 뭔지 제 스스로 궁금해지곤 합니다. 뭔가 생각하고 시를 쓴다기보다는 쓰면서 그 의미를 해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인이 된 청년의 꿈은 소박하다. 그럴 듯한 상도 바라지 않는다. 꾸준히 오래도록 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유일한 소망이다.
다만 스스로에게 한 가지 숙제를 만든다면 인천에서 줄곧 자란 만큼 추억의 시간이 묻어 있는 인천을 시안에 녹여내는 일이다. 아직까지 작품에서 이렇다 할 주제를 찾지는 못했지만 천천히 글 속에 인천을 담아낼 수 있기를 스스로 희망한다.
“인천문화재단에서 일하게 되면서 인천에 대한 새로운 시적 재료를 많이 찾게 돼요. 인천을 대표하는 시인이 되기보단 인천을 누구보다 잘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김지환기자 kjh101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