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총아 대화형 로봇 아직 초보단계지만 계속 진화중 아이언맨 속 ‘자비스’ 만들려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화두될 것
최근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챗봇(채팅+로봇) 기술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했다. 아마존, 구글, IBM 등 세계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AI 기반 대화형 로봇에 올인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소프트뱅크의 ‘페퍼’ 같은 대화형 로봇이 관심을 끌고 있다.
챗봇은 사람과의 문자 대화를 통해 질문에 알맞은 답이나 각종 연관 정보를 제공하는 AI 기반 서비스이다. 아직까지는 초보 수준이지만 진화되는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화형 로봇은 자연어 처리, AI, 머신러닝 등이 융합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대화형 로봇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등의 첨단 기술마다 AI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신규 고객을 찾아주거나,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특정 메시지 등 예측 모델링을 통해 시장의 변화를 예상하고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서비스가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다.
신동희 중앙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
그러나 대화형 로봇이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로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얼리어답터(새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려는 고객)나 혁신가 정도만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AI가 기술적으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기술적 문제 이외에도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실생활에서 사용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대화형 로봇은 시스템이 사용자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실제로, 대화형 로봇의 사용자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스테레오타입화(정형화)된 기계적 대답에 곧 싫증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 현재의 로봇은 기술적 초보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딘가 어수룩하고 동문서답을 하거나 소음 등 외부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여러 잡음이 섞여 있는 외부 공간에서 대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소프트뱅크의 ‘페퍼’도 판매는 됐지만 구매자들이 몇 번 사용한 후에는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페퍼’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기계적인 로봇의 하나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사용의도대로 페퍼의 이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실질적인 대화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즉 지속적 사용을 이끌어 낼 ‘어포던스’(행동유도성)가 부족한 것이다.
바꿔 말해 인간과 로봇 간 상호대화에 있어서의 감성적 행동유도성이 부족한 것이다. 앞으로의 디지털 기기나 디지털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 사용의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행동유도성이 있어야 한다. 행동유도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특정한 목적을 가진 로봇, 가령 자폐증 어린이를 위한 대화형 로봇이나 교육, 공공서비스 등 특정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로봇이 유용할 수 있다. 단순한 의미 없는 잡담의 교환을 넘어선 경험의 확장이 현재 대화형 로봇에는 부족한 점이다. 단순 대화는 독백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정서적 교감, 체화된 인지 등의 깊은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진정한 대화형 로봇이 될 수 있다.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사용자의 경험을 확장해주는 AI 기술의 기반 위에 행동유도성이 가미돼야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AI 비서 ‘자비스’처럼 말만 하면 알아서 대답을 내놓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이언맨의 ‘자비스’같은 로봇은 아직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인 것 같다. 패턴 인식, 자연어 처리, 텍스트 마이닝(문서 검색) 등 핵심적 기술적 문제들은 가까운 미래에 해결된다 하더라도 상황인식과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기술개발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동희 중앙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