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女 세상의 중심] "남녀평등 제대로 되면 여성부 필요없죠" | ||||||||||||||||||
현장서 30년 체감행정 달인 변도윤 여성부 장관 여성지위 높은 선진국에선 남성이 더 편해…알파우먼이 되려면 롤모델 될 멘토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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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회의가 계속 있어서 거울 한번 제대로 못 봤는데 머리 스타일이 이상하지 않으냐"며 살며시 웃는 소녀 같은 미소가 인상적이다. 변 장관 이력은 복잡하면서도 의외로 간단하다. 이른바 `SKY` 출신도 아니고 행정고시 출신도 아니다. 30여 년을 진득하게 여성ㆍ시민단체에서 일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덕에 이력서는 몇 장을 넘어간다. 그러나 모든 이력은 하나로 통한다. 바로 `현장`이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살아서 그런지 변 장관은 아직 미혼이다. ◆ 체감 행정 달인 = 변 장관은 지금도 매주 10건 정도 현장 스케줄을 소화한다. "여성ㆍ시민단체 사람을 직접 만나 제안을 받기도 하고, 여성부 정책을 그들에게 설명하기도 하고…, 현장 체질이죠. 소통을 통한 `체감 행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 그는 현 정부 부처 장관 15명 가운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 정부가 국민과 소통이 안된다는 비난 여론이 높지만 여성부만큼은 예외다.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변 장관이 인터뷰 도중 "여성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성부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해 기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그래서 "여성부 장관이신데 발언이 너무 세신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성 평등 세상이 되면 여성부가 있을 필요가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아직은 한참 멀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변 장관은 "우리나라 여성 권한 척도는 108개 나라 가운데 68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에서 남녀 간에 승진ㆍ임금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가정 내 불평등, 성폭력, 낮은 성평등 의식 수준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 여성 지위 높아지면 남성도 편해져 = 양성 평등에 대해 남성은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여성은 받기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남성이 많다. "여성 지위가 높은 선진국을 보면 남성도 훨씬 더 편하게 살더라"는 변 장관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백화점 화장실을 예로 들었다.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보다 대기시간이 훨씬 길죠. 여자는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도 하고, 아기를 데리고 들어가는 고객도 많아서 그래요. 그런데 여성이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때 남성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아마 남성은 화장실 주변에서 여성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죠. 변기 수를 늘려서 여성에게 좀 더 편한 화장실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남성도 안 기다리고 안 불편할 겁니다. 지극히 단순한 예지만 이런 게 남녀가 서로 윈윈하는 양성 평등이죠." 설명에 수긍이 간다. 여성부는 양성 평등을 해치는 각종 제도를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군 가산점제 폐지가 대표적이다. 이것과 관련해 변 장관은 인터넷 악플러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변 장관은 지난 2월 한 강연에서 군 가산점제는 명백한 여성 차별에다 위헌이라고 호통(?)을 쳤다. 군 가산점제에 찬성하는 남성은 물론이거니와 아들을 둔 어머니까지도 여성부를 없애 버려야 한다며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악플이 달렸다. "군 가산점제는 제대군인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공직시험을 보는 극히 일부 남성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잖아요. 군인이 제대할 때 일률적으로 퇴직금을 준다든지 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는 "어떤 어머니를 만났더니 군 가산점이 자기 아들을 취직시켜 주는 줄 알고 있던데 그런 오해는 없어야 한다"며 "극히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분명 위헌이 맞다"고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저출산과 보육 문제도 변 장관의 큰 고민거리다. "어떤 분야든 여성을 만나면 어느덧 얘기는 출산과 보육 문제로 흘러갑니다. 양성 평등을 말하는 여성부 장관이 하기에 적절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출산과 관련해서만큼은 남성이 여성을 적극 배려해 줬으면 합니다." 그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보육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묘책이 없어 답답하다"며 "정부도 저출산 문제에 대해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적극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변 장관은 `여성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사회`를 위해 동반자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이 세상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함께 중심에도 서고, 배경도 되고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성 평등과 성차별 해소를 위한 여성부 활동이 어느 한쪽에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나도 사회생활을 오래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여성이 정말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면 여성 스스로 그런 부분을 타파해야죠." 여성부 장관으로서 그가 후배들에게 던지는 조언은 열정과 최선, 그리고 도전정신이다. 변 장관은 "고시 출신도 아니고 화려한 경력도 없지만 장관까지 오르게 된 것은 오랜 세월 꾸준히 최선을 다해 일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에 대해 열정을 갖고, 결과에 상관없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어디서든 예쁨을 받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 가지 더. `유리천장`을 뚫는 알파우먼이 되고자 한다면 인생의 롤 모델이 될 만한 훌륭한 멘토를 찾아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과장이나 부장 정도에 오르면 더 이상 승진을 자포자기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여성이 많은데 계속 도전해야 합니다. 자기 아이디어를 점검해 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멘토를 찾아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돌파하세요." ■ She is … △1947년 황해 출생 △1965년 중앙여고 졸업 △1969년 중앙대 사회사업학과 졸업 △1992년 서울YMCA 사무총장 △1997년 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 중앙협의회장 △1998년 서울시실업대책위원회 위원 △2000년 봉천종합사회복지관장 △2002년 서울여성플라자 대표 △2005년 서울YWCA 이사 △2006년 한국YMCA연맹 사회교육정책위원회 위원 △2008년 3월 여성부 장관 [고재만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