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생활개선·가족계획 문제서
이젠 ‘건강가정’ 만드는데 앞장 요즘엔 남학생들이 더 관심많아”
사진=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입력 : 2007.10.04 00:03 / 수정 : 2007.10.04 02:43
- “가정학이 살림살이를 가르치는 학문이라고요? 이혼율 급증하고 가족의 의미와 관계가 복잡해지는 이 시대에 해결사가 될 중요한 학문이지요.”
대한가정학회가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학회장인 김양희(62·사진) 중앙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학회는 한글학회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학회 중 하나”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오는 5일엔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건강한 가정, 행복한 사회를 위한 비전 선포’라는 주제로 학회 창립 60주년을 기념한 통합포럼을 갖는다. “1960년대 이후 식품영양학, 의류학, 주생활학, 소비자학, 가정교육학 등으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돼 온 가정학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비전을 세우는 자리입니다.”
중앙대 가정학과 64학번인 김 교수는 “가정학과=양가 규수 양성소”라는 말에 펄쩍 뛰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 사회 진출이 낮았던 옛날에나 하던 얘기죠. 그 시대 부모님들이 가정학과를 선호하셨고 미팅이나 결혼 상대로 가정학과 여학생들이 인기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시대와 함께 가정학의 내용과 분야가 급변해왔답니다.”
60년의 세월 동안 가정학이 다뤄온 주제의 변천사가 재미있다. “60년대 이전에는 빈곤퇴치와 생활 개선이 연구 주제였어요. 70년대는 정부의 가족계획 정책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지요. 90년대에는 많은 대학들이 ‘가정대’란 명칭을 ‘생활과학대’로 변경했는데, 이때부터 여학생의 아성이었던 가정학과에 남학생들의 입학이 급증하기 시작했답니다.”
가정학의 패러다임이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2000년을 전후해 가족 해체가 급속하게 이뤄지면서부터다. 김 교수 등 가정학과 교수들이 중심이 돼 ‘건강가정’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건강가정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게 된 때도 이 무렵이다.
김 교수가 요즘 주력하는 일 중의 하나도 ‘건강가정지원센터’ 업무다. 서울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장인 그는 지난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아이 돌보미’ 사업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 돌보미를 요청하는 부모들의 수요가 폭주해 직원들이 밤 11시까지 남아 근무할 때도 있어요. 돌봄 노동의 사회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왜 진작 우리 가정학이 현장에 나서지 못했나’ 반성했습니다.”
김 교수는 “요즘은 가정학에 남학생들의 관심이 더 지대하다”며 웃었다. “중앙대만 해도 ‘결혼과 가족’ 과목이 남녀학생 모두에게 교양과목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답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예비부부 교실, 부부학·사랑학 강의에도 젊은 남성들이 절반을 차지하지요. 정말 희망적이죠?”
남학생들이 결혼·가족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비하면, 요즘 여학생들의 관심은 결혼보다는 단연 취업이다.
“현모양처에서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으로 이상적 여성상이 바뀌었으니 당연한 현상이지만 일과 가정의 균형, 그리고 가족의 가치와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싶어요.”
- 2007년 10월 1일 대한 가정협회 60주년을 맞는 김양희 교수가 가정학과에 대해 말하고있다. /정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