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의 비결이오? 특별한 것은 없어요.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할 뿐입니다. 다만 어떤 주식이 저평가됐는지를 남보다 먼저 알기가 힘들죠.”
동양투자신탁운용의 곽영복 주식운용팀장은 국내 주식형펀드 중 수익률 1위(지난 1년 기준)인 ‘동양중소형고배당1호’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다. 동양중소형고배당1호(이하 동양중소형펀드)는 7월 16일 현재 95.13%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년 전 이 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원금과 수익금을 합쳐 1억9513만원으로 불어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펀드는 더 이상 신규 투자자를 받지 않는다. 투자 자금이 해일처럼 밀려들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
“동양중소형펀드는 시가총액의 규모가 작고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만 편입하도록 설계했는데 펀드의 설정액이 500억원을 넘을 정도로 덩치가 커지자 운용이 힘들어졌습니다. 기존 고객만이라도 보호해야겠다는 판단으로 판매를 중단시켰죠. 신규 고객을 위해서는 ‘동양밸류스타주식투자신탁1호’ 등 새 펀드상품을 출시했습니다.” 곽 팀장의 설명이다.
나이 37세. 펀드매니저 경력 7년차인 그는 동양투신의 주식형 펀드매니저 6명 중 선임자다. 위로는 주식운용본부장의 지휘를 받고 아래로는 후배들을 관리한다. 그가 운용하는 돈은 약 1조원. 연봉은 본인이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최소한 1억원이 넘는다.
그는 “펀드매니저로서의 성패는 ‘발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다른 펀드매니저보다 기업 탐방을 많이 다닐수록 더 생생한 현장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 정보를 분석해 절묘한 매매 타이밍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년병 시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2곳 이상의 기업을 방문했다. 방문한 기업의 보고서를 작성해 매일 아침 회의에 보고해야 했기 때문에 초과근무는 기본이고 일요일에도 쉴 수 없었다. 팀장이 된 이후에도 주 3일을 기업 탐방에 할애한다고 한다.
“증권업계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주식 투자를 해본 적도 없고 재무제표(기업들의 재무상태를 기록한 서류)조차 볼 줄 몰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재무제표 뒤에 숨겨진 기업의 가치를 발굴하는 전문가가 됐죠.”
곽 팀장은 전북 김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하자마자 1995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객장업무를 거쳤다. 2001년 동양투신으로 옮겨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그는 “전공이나 학맥의 불리함이 오히려 자극제가 돼 더 열심히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증시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증권사 객장에서 일할 때 IMF 경제위기로 종합주가지수가 277포인트까지 곤두박질치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때 누가 감히 종합주가지수 2000포인트를 꿈꿨겠습니까. 몇 년 뒤에 보면 지금의 주가가 무척 낮게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
/ 김민구 기자 roadrunn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