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창준]한미 FTA 美의회 통과 조급해하지 말자
8월 한 달은 의회가 휴회한다. 11월 중순부터 12월 한 달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있고 새해를 맞아 또 휴회했다가 1월 둘째 주에나 개회한다.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에 이어 한국과의 FTA를 처리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내년은 어떤가. 내년에도 통과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희박하다. 정치적인 이유가 많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친 시기에 한미 양국 대표단이 거의 1년 이상의 논의 끝에 합의한 내용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부시 행정부에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의회에서 통과된다는 판단이 서기까지 부시 행정부는 한미 FTA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현재로선 의회에서의 통과가 어렵다.
첫째는 자동차 노조의 강력한 반대다. 과거 몇 년 동안 미국 내 노조의 힘이 전국적으로 약해졌다. 자동차 노조를 중심으로 노동계는 한미 FTA를 강력히 반대함으로써 노조 조직의 재건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수많은 노조가 이들과 합세하고, 한국에서 최근에 벌어진 반미 시위를 거론할 것이다. 전국의 노조가 합세하는데 과연 몇 명의 의원이 정면 도전할 수 있을까.
둘째는 쇠고기 문제다. 쌀알 크기의 뼛조각이 발견된다고 해서 쇠고기를 몽땅 돌려보낸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감이다. 쇠고기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지 않아 다른 의원도 한미 FTA에 반대하면 의회 통과가 불가능하다.
미국 통상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문제라고 지적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의회를 통과하는 데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NAFTA 체결 당시 필자도 미 의회에 현역 의원으로 있었지만 환경오염과 수입식품 위생문제 등으로 반대 목소리가 컸다.
NAFTA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했지만 의회 통과는 클린턴의 몫이었다. 법안을 상정하기에 앞서 클린턴은 마음을 결정하지 않은 의원을 집중 타깃으로 정한 뒤 한 사람 한 사람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단독 면담했다.
현재의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이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 클린턴이 NAFTA 통과를 설득하던 1993년은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의 마지막 해를 맞는다. NAFTA는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협의한 내용을 민주당의 클린턴이 떠맡았기 때문에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의 호응을 받았다. 지금 부시 대통령은 다수당인 민주당으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공화당 일부의 반대에도 직면해 있다.
이런 이유로 한미 FTA는 내년에도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미 양국에서 모두 새 행정부가 출범한 2009년에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불필요한 로비에 많은 비용을 낭비하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