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경제78) 칼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이젠 개헌이다
“민주 헌법은 국민주권 입장에서 권력에 대한 제어장치라야. 개헌 미뤄둘 일 아냐”
국민일보
입력 : 2016-12-18 19:12
촛불이 지난 주말로 8주째 집회를 이어갔다. 대규모 평화시위 덕분에 나라 안팎에서 호평인 촛불혁명은 그 첫 단계인 탄핵안 국회 가결을 이뤄냈다. 그렇지만 ‘촛불집회 시즌 2’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사유 없음’을 주장하는 탓에 지루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금쪽같은 시간을 지켜만 봐야 하나 싶어 촛불은 초조하다. 그렇다고 헌재에 대한 지나친 압박은 반발 여론을 부추길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마지못해 촛불에 동조했던 세력들의 태도 변화도 문제다. 촛불민심을 살피면서 탄핵안을 가결시킨 국회, 특히 새누리당 친박은 촛불민심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로 친박당’ 고수에 혈안이다. 비박조차 긴장감은 없었다. 16일 원내대표 선거 불참자는 친박 2, 비박 4, 중립 3 등 총 9명이다. 7표 차로 비박이 진 선거는 불참자만 없었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겠다.
일반 촛불 참여자들도 열심이 떨어지고 있다. 점점 더 혹한기로 들어가는 데다 매주 토요일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일상생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친박 등은 바로 이런 틈새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관심이 줄어들기를 고대하는 그들 입장에선 국민주권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연인원 800여만명이 촛불을 들고 나선 이유를 바로 봐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 자신들의 몸과 마음이 유린당한 듯한 굴욕감에 치를 떨면서 국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더 본질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우리 사회의 만성화된 문제와 그로 인한 불만이다. 돈·권력지상주의의 정경유착과 시녀검찰 등의 현실 속에서 국민은 이익사유화·손실공유화, 양극화, 종북·좌파몰이, 지역·세대갈등의 피해자로 남았기 때문이다.
‘박·최 게이트’의 처리는 헌재와 법정에 맡긴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만성적이고 본질적인 구악이 해소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게이트는 또 터질 수 있다. 이를 막자면 사회의 도덕성 회복, 개개인의 반성도 절실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권력구조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삶의 틀을 규정하는 시스템의 재구축, 바로 개헌이다.
여야 3당이 지난 12일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했다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이르면 연내 특위가 구성돼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터이나 낙관하기는 어렵다. 몇 가지 의문과 우려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해 만성적인 구악이 만연한 상황을 사실상 방조했던 그들만으로 새로운 틀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촛불민심이 먼저 용인하기 어렵다. 개헌논의 주체를 국민, 시민으로 조율해야만 하는 이유다.
반대론도 있다. 사람이 문제인데 제도 탓만 한다는 시각이 그 하나다. 하지만 이미 제도 피로현상으로 숱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 마당에 제도보다 사람의 품성을 강조하는 것은 실체를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공화국 헌법은 모든 법의 상위체계라는 위상 이전에 국민주권의 입장에서 권력에 대한 제어장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헌은 더 이상 미뤄둘 일이 아니다.
시기와 상황을 들어 개헌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헌재 결정이 언제 날지도 모르고, 개헌안 마련과 국민투표를 감안하면 4, 5개월이 걸리기에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헌재 심리와 별개로 개헌에 집중하면 해결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헌재 결정이 나오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집권 후 개헌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사회가, 촛불이 못 박아두면 될 터다.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정채봉,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이제는 개헌이다.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
우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사유 없음’을 주장하는 탓에 지루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금쪽같은 시간을 지켜만 봐야 하나 싶어 촛불은 초조하다. 그렇다고 헌재에 대한 지나친 압박은 반발 여론을 부추길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마지못해 촛불에 동조했던 세력들의 태도 변화도 문제다. 촛불민심을 살피면서 탄핵안을 가결시킨 국회, 특히 새누리당 친박은 촛불민심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로 친박당’ 고수에 혈안이다. 비박조차 긴장감은 없었다. 16일 원내대표 선거 불참자는 친박 2, 비박 4, 중립 3 등 총 9명이다. 7표 차로 비박이 진 선거는 불참자만 없었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겠다.
연인원 800여만명이 촛불을 들고 나선 이유를 바로 봐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 자신들의 몸과 마음이 유린당한 듯한 굴욕감에 치를 떨면서 국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더 본질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우리 사회의 만성화된 문제와 그로 인한 불만이다. 돈·권력지상주의의 정경유착과 시녀검찰 등의 현실 속에서 국민은 이익사유화·손실공유화, 양극화, 종북·좌파몰이, 지역·세대갈등의 피해자로 남았기 때문이다.
‘박·최 게이트’의 처리는 헌재와 법정에 맡긴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만성적이고 본질적인 구악이 해소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게이트는 또 터질 수 있다. 이를 막자면 사회의 도덕성 회복, 개개인의 반성도 절실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권력구조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삶의 틀을 규정하는 시스템의 재구축, 바로 개헌이다.
여야 3당이 지난 12일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했다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이르면 연내 특위가 구성돼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터이나 낙관하기는 어렵다. 몇 가지 의문과 우려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해 만성적인 구악이 만연한 상황을 사실상 방조했던 그들만으로 새로운 틀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촛불민심이 먼저 용인하기 어렵다. 개헌논의 주체를 국민, 시민으로 조율해야만 하는 이유다.
반대론도 있다. 사람이 문제인데 제도 탓만 한다는 시각이 그 하나다. 하지만 이미 제도 피로현상으로 숱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 마당에 제도보다 사람의 품성을 강조하는 것은 실체를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공화국 헌법은 모든 법의 상위체계라는 위상 이전에 국민주권의 입장에서 권력에 대한 제어장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헌은 더 이상 미뤄둘 일이 아니다.
시기와 상황을 들어 개헌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헌재 결정이 언제 날지도 모르고, 개헌안 마련과 국민투표를 감안하면 4, 5개월이 걸리기에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헌재 심리와 별개로 개헌에 집중하면 해결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헌재 결정이 나오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집권 후 개헌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사회가, 촛불이 못 박아두면 될 터다.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정채봉,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이제는 개헌이다.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