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경제.인생강좌 45편을 읽고
(외국어교육학과(독어전공) 30회, 본회 부회장)
[조선일보] 2005년 10월 20일
지난 25년간 기업의 조직원으로, 또 경영자로 일해 오면서 자주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기업을 경영하는 일과 인생을 꾸려 가는 일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또한 모든 활동이 ‘상호작용’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고 받음’은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주고 받음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대의 필요와 기호(嗜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바로 그 이해에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생산이 탄생한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대, 즉 소비자의 필요와 기호를 잘 감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인 윤석철 교수는 그러한 능력을 감수성(感受性)이라 명명하면서 이를 21세기 경영자가 가져야 할 핵심 요건의 하나로 꼽았다.
감수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변명을 그는 허용하지 않는다. 감수성은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으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소비 대중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회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북클럽을 경영하면서 나 스스로가 늘 마음 깊이 새겨 놓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수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창조적 상상력인데, 이 또한 일부 소수만이 타고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동시에 누구나 창조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기본을 지키는 것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진리를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로 언급한 대목도 눈에 띈다. 양(量)보다는 질(質)에서 더 큰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로마 제국을 통치한 현군(賢君)이며 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명상록’에서 언급한 지도자론을 인용하여 지도자가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으로 지혜, 정의감, 강인성, 절제력 등을 언급했다.
기업 경영 이론에 대한 설명이 길었지만 사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경영, 경제,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공통된 진리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물리학, 문학, 철학, 경영학 등을 두루 섭렵한 저자의 이력답게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과 일,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안목을 높여준다.
저자가 지금껏 몇몇 신문들에 꾸준히 연재했던 강의 내용을 묶은 책이라 일관된 연결 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분야를 통찰하며 공통점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선일보 2005년 10월 20일자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