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제4차 산업혁명, 도약의 길

“머리와 가슴이 가까워지는 융·복합과 유연성 속에 새로운 도약의 길이 있다”

입력 : 2016-09-25 18:38
 

[조용래 칼럼] 제4차 산업혁명, 도약의 길 기사의 사진
경직성이 늘 문제다. 시대를 불문하고 경직성은 아집과 불통을 낳고 변화를 가로막는다. 불통, 아집으로 이어지는 경직성은 수구적이며 때론 폭력 친화적이기까지 하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의 저자로 유명한 막스 베버는 종교개혁 시대의 프랑스를 대표적인 경직 사례로 꼽는다. 위그노(프랑스 프로테스탄트)에 대한 불관용과 학살이 반복되면서 이들의 망명이 줄을 이었고 결과적으로 프랑스는 당대의 변화에 뒤처지고 만다. 유럽의 리더 프랑스가 이후 산업혁명의 앞자리를 영국에 내어주게 된 배경이다. 

개혁주의 목사이자 교회사가 사뮤엘 무르(1892∼1975)는 저서 ‘위기의 위그노-17세기 프랑스의 프로테스탄트’(1967)에서 위그노가 당시 프랑스 인구 2000만명 중 약 10%를 차지했고 그중 상당 부분이 종교적 탄압을 피해 이웃나라로 망명했다고 본다. 위그노는 주로 모직물 견직물 등 가내수공업 종사자들이 많았고 이들의 망명은 곧 프랑스의 경제적 후퇴를 낳았다. 

반면 영국은 최첨단 직물기술자 위그노들을 적극 받아들여 산업혁명의 선두주자가 됐고 후진국 독일도 재빠르게 산업혁명의 대열에 뛰어들 수 있었다. 스위스가 정밀기계공업으로 오늘날까지 명성을 날리게 된 한 배경도 그것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의 기치인 구질서 타파는 낡은 종교적 신조에 얽매여 새로운 변화를 가로막은 불관용으로부터의 탈피와도 일맥상통한다. 

위그노는 오늘날 프랑스가 국시(國是)처럼 강조하는 톨레랑스(관용)와 관련이 깊다. 톨레랑스는 유연성을 중시하겠다는 프랑스의 범사회적 고백이나 같다. 역사적 반면교사의 힘이다. 쇄국주의 조선이 식민지로 전락했음도 귀한 기억이다. 해방 후 한국이 압축성장의 주인공이 된 데는 그 역사에 대한 반성이 큰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다시 한국사회는 주요 경쟁국에 비해 경직적이다. 스위스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올 1월내놓은 보고에 따르면 유연성 평가 대상 139개국 중 25위를 차지했다. 순위는 노동시장, 기술 수준, 교육 시스템, 인프라, 법률 시스템 등 5개 부문을 가중 평균해 낸 것이다. 한국은 노동시장과 법률시스템 부문에서 각각 83위, 62위를 기록해 매우 유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UBS의 당초 의도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년 주제인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각국의 적응도 분석에 있었다. 증기기관, 전기, 전자집적회로에 의한 그간의 1·2·3차 산업혁명을 잇는 새로운 변화, 즉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각국의 잠재력을 따져본 셈이다.

지난 21일 국민일보도 ‘제4차 산업혁명, 도약의 길’을 주제로 내걸고 ‘2016 국민미래포럼’을 열었다. 작금의 변화가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 충격 등에서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기조강연에서 “우리 정부도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지만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그 근본 원인으로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의 경직성’을 꼽았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은 “1등 아니면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전의 기술적 변화와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완벽한 승자독식 구조라는 것이다. 포럼에 참여한 패널들도 한목소리로 기술적 대응과 더불어 승자독식 구조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답은 기술·산업 간, 제도·정책·법률 간 융·복합에 담겼다. 그건 바로 유연성이다. ‘시어머니가 아프면 머리가 아프고 친정어머니가 아프면 가슴이 아프다’는 며느리의 답답함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이 가까워지는 융·복합과 유연성이 절실하다. 도약의 길은 분명히 있다. 

조용래(경제78) 편집인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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