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6년 3월 중대신문 인터뷰 '대학보도-스포츠'에서 전재하였습니다.]
국내 최정상 카레이서 서주원(프랑스어문학전공 3) 선수
"아직 본격적인 레이스는 시작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TV에서 나오는 F1 경기를 보고 카레이서를 꿈꿨던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현재 국내 최정상 카레이서로 주가를 달리는 서주원 선수(프랑스어문학전공 3)다. ‘2009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 ‘한국인 최초 2013 일본 카트 시리즈 챔피언’ 등 국내 최연소, 최초 타이틀을 가진 서주원 선수를 만나봤다.
“2015년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군입대를 해야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어요. 결과적으로 7라운드 중 6라운드 우승에, 실질적으로는 7라운드 모두 체커기(피니싱 깃발)를 받는 역대기록을 남겼어요. 중앙대 위상도 높인 것 같아 뿌듯해요.(웃음)”
-시리즈 중에 작은 소란이 있었는데.
“4라운드 때 동아일보팀의 진로를 사선주행으로 방해했다며 30초 페널티를 받았어요. 당시 주최 측이 내린 결과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항소했지만 기각됐죠. ‘서주원 선수가 말을 번복했다’고 하는데 말을 번복한 적 없어요. 그런 주최 측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경기에 더 집중해서 남은 경기 모두 우승하자는 각오를 다졌죠.”
-경기 집중력이 상당한가 보다.
“카레이싱은 집중력이 상당히 필요한 스포츠에요. 집중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2014년에 순간 집중을 못 해서 사고가 났는데 아직도 어깨와 목에 후유증이 남아있어요.”
-큰 사고였나.
“2014년에 KSF 프로 데뷔전을 위해 송도 도심 서킷에서 연습하는데 사고가 났죠. 당시 날이 너무 더워서 차량의 내부 온도가 70도까지 올라갔어요. 순간 정신을 잃었고 0.01초 차이로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죠. 그대로 콘크리트 벽에 전면충돌해서 차량 반쪽이 없어졌어요. 데뷔전이라 욕심을 많이 부린 탓도 있고 새롭게 탄 투어링카에 적응하지 못 하기도 했죠. 결국 데뷔전도 제대로 치르지 못 하고 7라운드 동안 단 한 번도 우승을 못 했어요.”
-그럼에도 카레이서를 계속하는 이유는.
“솔직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큰 부상을 당하거나 경제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요. 하지만 우승을 하면 할수록 챔피언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승은 제가 선수생활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에요.”
-지난 2013년에는 일본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얻었다.
“운이 좋았죠.(웃음) 한국인이 해외 경기에 출전한 지 16년 만에 나온 기록이에요. 한국인의 독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출전해 ‘2013 일본 코다 카트 시리즈’에서 종합우승을 했죠. 일본 주최 측에서는 결과에 충격을 받았는지 이후 경기들을 취소하고 저를 챔피언으로 확정 짓더라고요. 챔피언이 돼서 한국을 대표했다는 자부심도 생겼지만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결과였어요.”
-어떤 의미인가.
“2010년 16살 때 처음 일본 카트 경기에 참가했어요. 당시 레이싱 도중에 의도치 않은 충돌이 있었는데 경기 후 일본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저를 때리더라고요. 우리나라를 얕본다는 게 느껴졌죠. 그런데 2013년에 일본 모터스포츠 시리즈를 제패했잖아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게다가 지금 뛰고 있는 국내 최강팀인 쏠라이트 인디고팀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죠.”
"국내 레이스뿐만 아니라 세계 레이스를 누비고 싶어요"
-모터스포츠를 시작한 계기는.
“2002년 캐나다에서 유학했을 때 TV에서 F1 경기를 중계하더라고요. 그때 TV에서 나오는 엔진 소리와 자동차들의 경합을 보면서 카레이싱에 빠졌죠. 내가 저 레이스의 주인공이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는 생각에 모터스포츠에 대해 알아봤어요. 그 후 중학교 2학년 때 모터스포츠의 가장 기본인 카트 선수로 데뷔하게 됐죠. 그런데 막상 카레이서가 되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네요.(웃음)”
-처음 시작도 지금처럼 대우가 좋았나.
“지금과는 천지차이죠. 피노카트 레이싱팀에서 처음 카트를 시작했는데 그 어느 팀보다 가장 헝그리 정신이 강했거든요. 다시 그때처럼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해요.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는 파주에서 컨테이너 생활을 하며 훈련 했어요. 새벽부터 일어나 경기장에 쌓인 눈을 쓸어야 레이싱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손에 동상도 걸리고. 밤에 배가 너무 고파 다 같이 썩은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카트로 데뷔한 지 18개월 만에 첫 우승을 했다.
“다른 선수에 비해 늦은 편이에요. 카트 선수로 데뷔한 지 10개월째부터 계속 최고 클래스에 도전했죠. 7-8년 경력이 있는 선수들과 경기를 하다 보니 우승이 늦어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데뷔하고 우승을 계속 못 하니까 가족들의 압박이 시작됐고 저조차도 불안했어요. 하지만 카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만약 그때 현명한 척 포기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겠죠?(웃음)”
-카레이싱의 매력은 무엇인가.
“카레이싱은 남성미가 넘치는 섹시한 스포츠에요. 보여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 어느 스포츠보다 화려하죠. 특히 모터스포츠 경기를 보면 엔진 소리에 많이 매료될 거예요.”
-레이싱 스타일이 어떤지 궁금하다.
“공격적인 레이싱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다른 선수들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초반부터 선두를 잘 지키면서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제가 가진 무기 중 하나죠. 선두권 싸움에서 빨리 도망가야지 수월하게 레이스를 운영할 수 있거든요.”
-경력을 보면 ‘국내 최연소,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다.
“어린 나이 때부터 카레이싱에 올인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 같아요. 아무리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운데 저는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카레이싱에 집중할 수 있었죠. 그래서 그런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학교생활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인가.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개강 후 첫째 주는 교수님들께 출석 양해를 구하느라 바쁘게 보냈어요. 4월부터 시작하는 ‘2016 KSF 제네시스 쿠페 10클래스’와 ‘2016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게 돼 매일 체력훈련을 해야 하거든요.”
-프랑스어문학전공의 카레이서라니, 학력이 특이하다.
“캐나다 유학 당시 퀘벡주의 몬트리올에 있었어요.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우면서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생겼죠. 그러다가 국제자동차연맹 본부가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프랑스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 진학까지 결심했죠.”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 우승 상금의 일부를 기부했는데.
“기부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결정했죠. 그래야 모터스포츠도 발전하고 나중에 선배들이 설 자리도 생긴다고 생각해요. 작지만 조금이라도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었어요. 지금 제 위치에서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하려고요.”
-일반인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경기를 추천한다면.
“국내 모터스포츠의 양대산맥 시리즈인 KSF나 슈퍼레이스를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출전해서 추천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같은 학교 친구를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많이 보러왔으면 합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우리나라에서 카레이싱, 카레이서하면 ‘서주원’이라는 이름이 바로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직 모터스포츠가 국내에서는 생소하기 때문에 그렇게 유명해지려면 먼저 모터스포츠를 알리는 것에도 힘쓰는 선수가 돼야겠네요.(웃음)”
카레이서 서주원 선수(프랑스어문학전공 2) 경력
2009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
2010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 시즌 종합 챔피언
-올해의 카트 드라이버상 최연소 수상
2011 -카트 올림픽 그랜드 파이널 한국 대표 출전
-글로벌 드라이버상 최연소 수상
-카트 올림픽 로탁스 맥스챌린지 그랜드파이널 한국 대표 출전
2012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 개막전 우승
-한국 카트대회 역사상 로탁스 부문 최다 우승 (10회) 기록 보유
-한국인 최초 일본 모터스포츠 카트부문 우승
2013 -한국인 최초 일본 코다 카트 시리즈 챔피언
2014 -인디고 레이싱팀 프로팀 최연소 입단
2015 -KSF 제네시스 쿠페 20클래스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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