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답게 산다는 것
16.04.06
공자는 바른 정사(政事)에 대한 제나라 경공(景公)의 물음에 "임금이 임금답게 처신하며, 신하가 신하답게, 아비가 아비답게, 자식이 자식답게 하는 것입니다(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답한다(논어 안연편). 우리는 이것을 정명(正名)이라 부르는데, 각자가 제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사실 모든 것이 자리를 지키며 제 역할을 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 사람답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짐이 되고 나아가 엄청난 피해를 준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이들이 본분을 다하지 못하면서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추하다. 의무를 저버리고 권리만 주장하는 일부 이익집단의 행태는 역겹다. 몇몇 부모의 반인륜적 행위는 우리를 절망케 한다. 반면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이들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울림을 준다. 오염된 태안 앞바다 기름을 닦아내던 자원봉사자들, 서해교전에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용사들, 메르스와 사투를 벌였던 의료진, 북한의 지뢰 도발에 다리를 잃고도 의연함을 잃지 않던 장병들, 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산업역군들과 익명의 청백리들의 희생과 노고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로맹 롤랑은 "인간의 불행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을 때 그 조직과 사회는 불행해진다. 이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도 우리가 뼈저리게 확인했던 바다. 후진적 정치에 대해 많이들 비판하지만 그 책임은 유권자에게도 있다. 스스로가 해야 할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제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은 할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일 수도 있고, 알면서도 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르는 것은 알려주면 되지만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나부터의 변화`를 이루어 각자가 본분을 지키며 그에 걸맞도록 `답게` 사는 것이 불신과 갈등을 딛고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나의 본분을 되새기며 항상 나답게 살고 싶다.
[출처 :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25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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