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총동창회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김** 동문님의 글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저도 몇 자 적어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긍정적 편견’과 ‘부정적 편견’, ‘긍정의 힘’의 가치와 차이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합니다. 기적을 요행처럼 바라다가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기적은 없다’며 세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날마다 기적’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교는 새 재단이 대학 운영을 맡은 2008년 이후로 개혁과 혁신, 그리고 낙후된 학교 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으로 우수한 지원자가 매년 상승하고 있고, 또 대학 평가에서도 08년 14위, 09년 13위, 10년 12위, 11년 10위, 12년 10위 등으로 어려운 걸음이지만 과거 명문 대학의 이미지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대학 역시 최근 급변하는 국내, 세계 정세에 맞게 끊임없는 노력과 개혁 등으로 만만치 않은 성과들을 올리고 있어 대학의 경쟁 역시 어느 분야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새 재단이 대학을 맡은 후로 지금까지 2천억원 가까이 투자를 하였으나 아직도 경쟁대학과 비교해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이 확연하게 높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최근 ‘잘 가르치는 대학’, ‘대학다운 대학’을 목표로 학문단위 재조정, 행정시스템 개편 등 타 대학이 하기 어려운 개혁을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습니다만 아직 각종 평가 등에서 달라진 결과를 보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올해 QS 평가의 순위가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QS평가는 최근 5년간의 연구실적을 평균값으로 해서 평가를 하니 올해의 성적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논문실적이 반영이 된 셈입니다. 모교의 논문실적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으니 당분간 QS평가 결과의 상승은 인내가 더 필요합니다. QS평가에 대해 ‘단순 설문에 의한 부실한 평가방법이 문제를 안고 있다’는 소문을 차치하고라도 대학과 재단이 아래와 같은 질타를 받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숨이 멎을것 같은 수치심과 함께 모욕감에’
‘고약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하는 저질적인 학풍과 어정쩡한 재단의 지원’
‘당장 달려가 구성원들의 멱살을 잡고 당신들은 대학 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라고 질타하고 싶은 심정’
‘모교는 벼랑 끝을 치닫는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를 보는 것’
모교에서는 학생, 교수, 직원, 재단이라는 4개의 축에 구성원들이 다소간의 불편함이 여전히 존재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외부에서 바라보는 평가라는 것이 결국은 대학의 연구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모교의 교수님들이 최근 3~4년간 의욕적으로 논문을 양산하여 국내 논문 순위나 SCI급 등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경쟁 대학들을 앞서나가기에는 역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대학은 동문의 힘으로 성장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의 발전과 성장에 동문의 역할이 무시 못할 정도로 중요함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이에 대한 동문님들의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고 특히 계열별, 출신 단과대학 별 동문의 힘이 서서히 답지하고 있어 비록 지금은 힘이 들어도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김* 동문님처럼 구성원들의 멱살을 잡고 싶어하는 분들의 입장도 있습니다. 그 취지를 어찌 모르겠습니까만, 구성원들의 노력이 비록 부족하다고는 하나 위에 인용한 것처럼 저런 욕을 먹어야 하는 지에는 공감이 안됩니다.
지난 해 감사원의 대학 감사 이후 수많은 대학들이 쓰러져 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도 있지만 국내 현실로는 몇 년 뒤면 고교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부족해지게 된다고 하며, 또 정부에서도 고교 졸업자의 취업을 권장하고 있어 대학 역시 생존의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 대학들의 어려움이 크고 그 파도가 이미 천안까지 올라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러니 대학 역시 미래를 심각하게 준비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생존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대학사회 역시 경쟁의 치열함이 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대학도 학생, 교수, 직원, 재단, 그리고 동문까지 현실적인 위기감을 공감하여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글을 쓰신 동문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대학의 발전에 어떻게 동참하셨는지를 전혀 알 수 없어 속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새 재단 이후 지난 4년간 모교의 변화와 개혁의 소식을 조금이라도 접하셨다면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격려의 말씀을 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모교 구성원들이 더 노력해야 하겠습니다만…
참고로 위 김** 동문님이 올리신 글을 ‘디씨갤러리’라는 사이트에 누군가가 퍼올렸으며, 이에 대한 댓글도 다양하게 올라갔습니다. 글을 올리신 동문님을 포함하여 참고하시라고 디씨갤러리의 글 주소를 아래에 붙였습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cau&no=156867
저도 동문의 한 사람이자 현재는 직원의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저희도 더 노력하겠지만 동문님들의 각별한 모교 사랑을 간절하게 당부 드리고 싶은 심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