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중앙대가 올해부터 국내 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계열별 부총장제를 시행하면서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17일 중앙대에 따르면 단과대를 5개 분야로 묶어 계열별로 책임부총장을 임명해 학문 특성에 맞게 자율적인 운영을 하도록 한 계열별 부총장제가 이달 초부터 시행됐다.
계열별 부총장 5명은 해당 학문단위의 교무와 학사관리, 인사, 예산에 막대한 전권을 쥐며, 총장은 단지 대외협력업무와 기획, 발전기금 모집 등의 업무에만 집중하게 된다.
국가에 비유하면 총장은 외교ㆍ국방과 장기계획 수립에만 관여하고 나머지 모든 자치행정은 계열별 부총장이 맡는 셈이다.
중앙대는 지난해 말 각 단과대를 인문ㆍ사회ㆍ사범, 자연ㆍ공학, 의ㆍ약학, 경영ㆍ경제, 예ㆍ체능의 5개 계열로 재편하고 그에 따른 후속 인사를 마무리 지었다.
12일과 15일에는 조직개편에 따른 업무 혼란을 막고자 서울과 안성캠퍼스 전체 교직원을 교육했다.
계열별 부총장제는 국내 대학에서는 최초로 도입되는 실험적인 조직체제다.
각 계열이 학문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학사운영을 할 수 있어 연구, 교육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학교는 기대하고 있다.
박상규 기획처장은 "대학 구성원이 교육과 연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교육ㆍ연구를 부총장이 책임지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열별 부총장제가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이루는 대신 대학본부로의 권력집중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강내희 교수협의회 회장은 "기존에는 학장이 교수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계열별 부총장제에서는 부총장이 학장을 직접 인선하다 보니 오히려 명령체계가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계열사에 적용하던 '비즈니스그룹(BG)'별 조직운영으로 성과를 얻자 이 같은 기업식 경영체제를 대학에 여과 없이 도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지난해 학문단위 재조정 과정에서 일부 학생이 반대 `고공시위'를 벌이는 등 진통이 있었지만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는 중앙대가 실행해온 일련의 변화에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중앙대 수시모집 지원자 수는 2008학년도 2만8천850명에서 2009학년도 4만9천83명, 2010학년도 6만3천344명, 2011학년도 9만1천657명으로 매년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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