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용산병원 한덕현 교수팀 총 37명 환자 대상 연구 결과 오감(시각ㆍ청각ㆍ후각ㆍ촉각ㆍ미각)을 이용한 혐오자극 훈련 금주에 도움돼
3차원 입체영상과 오감 자극을 이용한 가상현실 치료프로그램이 알코올중독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상현실 치료는 환자가 겪는 상황을 실제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스크린과 입체안경, 입체음향 시스템 등이 구비된 장소에서 진행되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중앙대용산병원 정신과 한덕현 교수팀이 총 37명의 알코올 의존 환자와 25명의 알코올 중독 경력이 없는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에서, 환자군은 술에 대한 혐오를 주는 가상체험을 한 후 알코올에 대한 욕구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알코올 의존 기간은 평균 15.7년이며, 하루에 약 1.7리터(L)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의 평균 나이는 38.9세로 모두 남성이다.
시행된 프로그램은 10분씩 총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편안히 눈을 감은 상태에서 뇌파를 측정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시각ㆍ청각ㆍ후각 자극을 받으며 가상의 음주를 즐기는 위험상황에 처한다. 마지막 단계인 혐오상황에서는 가상의 환자가 구역질을 하는 장면을 시청하면서 역시 청각ㆍ후각ㆍ미각을 반복적으로 자극받는다.
이러한 3단계 과정에서 대상자의 뇌파를 측정한 결과, 환자군의 뇌는 가상음주를 경험하는 상태에서 일반인보다 더 흥분하며, 안정된 상태에서 뇌 전두엽에서 나오는 알파(α)파는 줄어들었다. 이후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환자군의 뇌는 정상인보다 혐오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여, 갈망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알파파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혐오 자극이 환자가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의 책임을 맡은 한덕현 교수는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 등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가상현실치료를 알코올 중독 치료에도 적용, 술에 대한 욕구를 줄여 알코올 의존성을 떨어뜨리고 재발률을 줄이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교수는 “이러한 가상현실 치료는 상담을 통해 잘못된 행동 패턴을 교정하는 기존의 인지치료에 비해 참여자가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쉽고, 환자가 극복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입체영상과 그래픽 기술이 발전할수록 치료 효과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약물 효과와 지속적인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 관련 논문은 약리생화학행동학회지 (Pharmacology, Biochemistry and Behavior) 2009년 1월호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2009년 7월호에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