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의 소희
성대석(정외14) / (사)한국언론인협회 회장
경인(庚寅)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십이지의 세 번째, 호랑이(寅)의 해이다.
호랑이는 서울 올림픽 때 마스코트로 썼던 것처럼 우리민족이 좋아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마치 중국이 용, 인도가 코끼리, 이집트가 사자를 상징물로 하듯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호랑이를 좋아했고, 또 그래서 상징물로 삼기를 즐겨했다.
이런 호랑이는 때론 맹수로, 때론 악귀를 쫓는 영물로도 여겨져 왔다.
우리 민족은 또 땅의 영물은 호랑이이고, 물의 영물은 용이라 믿어왔다. 그래서 용호상박(龍虎相搏)이란 말도 생겨났다.
이런 용을 상징으로 하는 중앙대는 2010년 새해가 가장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왜냐하면 올해는 모교 개교 100주년을 불과 8년을 앞두고 있고, 재단교체 3년차를 맞아 대학의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교 100주년까지 우리는 국내 3대 사학의 반열에 다시 올라 기필코 우리의 옛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해야 할 일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현재 대학과 재단이 합심해서 이루고자 하는 대학 구조조정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중앙대학교란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박용성 이사장의 말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것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수십 년 내려온 제도, 관행, 역사 같은 것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용이한 일이 아닐 것이고, 또 바꾼다 하더라도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진 이익집단들의 크고 작은 반발이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론자들의 일리 있는 의견은 개혁 작업에 반영해야 하겠지만, 밥그릇이나 소속 등을 앞세운 반대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에서 중앙대학교가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살아남느냐 아니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인습, 타성들이 중앙의 미래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why me’ 가 아니라 ‘why not me’ 여야 하고, ‘me first’ 가 돼야 한다.
우리는 몇 년 전 모교 로고와 배지를 바꾼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배지는 중세 방패를 본 딴 외국 대학들의 배지를 모방해 만드는 바람에 천편일률적이고, 엠블럼 역시 둥근 모양에 영문으로 대학의 이름을 써 넣고 ‘since 몇 년’이라고 설립년도를 표시하고 있어 이것 역시 그것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대동소이하고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 중의 하나였던 모교 배지와 엠블럼이 확 바뀌어 국내 대학들을 놀라게 했다.
그래서 유수의 대학들이 우리를 따라 그들의 것을 바꾸려다 동문들의 반발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CAU’로 표상되는 우리 모교의 배지와 엠블럼은 독특 그 자체다.
이런 엠블럼을 차에 디자인해 다니는 모교 스쿨버스를 보면 세련되고 앞선 국제적 감각까지 묻어난다.
학교가 구조조정을 통해 개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은 마치 우리의 배지와 엠블럼을 바꿀 때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대학이 못하는 변화, 우리는 해내야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제일의 대학, 서울대를 보라.
세계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법인화를 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예산, 인사, 조직의 자율권을 갖고 글로벌명문대와 경쟁하기 위해 학내 반발을 무릅쓰고 1946년 개교 이래 최대의 대학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의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기존의 위치에서 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안주를 떨쳐버리고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일본을 보자. 세계 제 2의 경제대국, 아마도 그 타이틀이 1,2년 안에 중국에 넘어갈 것이 확실시 된다.
그리고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또다시 긴 터널 속으로 빠져들는지 모른다.
왜 그럴까? 세계 제2의 경제대국 공룡이 급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변화를 꺼리고 안주한다면 우리의 앞날은 기대할 수 없다.
신문과 방송이 하나가 되고, 또 그것이 통신과 융합되어 빅뱅을 이끄는 시대다.
이런 학문과 사회의 급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학의 구조는 이유 없이 바뀌어야 한다.
재단이 바뀌면서 그동안 중앙대학교는 우리나라 대학변혁의 아이콘이었다.
이제 새해에는 그 결실을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타 대학이 부러워하는 미래의 대학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대학으로 경쟁에 나서야 한다.
변화를 선도한 미래의 승자냐, 변화를 거부한 낙오자냐.
경인년 새해 중앙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