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가 본부 측의 올해 교수 연봉계약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교수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단체 협약’을 시도하려던 계획이 결국 싱겁게 끝났다.
교협은 지난 6월 24일 “연봉 규정안이 없는 연봉 계약은 부당하다”면서 교수들에게 연봉 협상을 교협에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0여명의 교수가 위임장을 보냈고, 다른 200여명은 교협의 단체 협약 결과를 기다리며 연봉 계약서 제출을 미뤘다.
교협은 그러나 지난 7일 박범훈 총장과의 협의를 통해 “미흡하지만, 본부측과 정식 합의를 했다는 사실에 일단 의미를 두고자한다”면서 위임장 접수를 중단하고 교수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봉 계약을 진행해 줄 것을 알렸다.
결국 올해 교수들의 연봉계약은 지난해 대비 약 3%의 인상안으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협의 단체 협약 시도는 본부측과 정식 합의를 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실익을 챙기지는 못 한 것으로 보인다. 교협측은 총장으로부터 ‘가능한 한 빠른 시한 내에 경쟁대학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과 ‘앞으로 대학의 공식적인 조직(기구)을 활용해 교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임의기구인 교협은 그동안 본부 측에 교칙기구화 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 협의를 통해 교협이 학교 공식기구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셈이 됐다. 경쟁대학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 또한 연봉제 도입 조건으로 학교 측이 제시했던 2008년과 2009년 각각 10% 연봉 인상 제안보다도 나을게 없다.
특히 교협 연봉 단체협약 시도의 직접적인 원인이던 ‘연봉제 규정 없는 연봉 계약’도 그대로 진행됐다. 교협측에 위임장을 제출했거나 교협측과 본부의 협상을 지켜보며 연봉계약서 사인을 미뤄왔던 400여명의 교수들로부터 ‘스스로 우습게 됐다’는 자괴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이번 교수 연봉 단체협약 시도는 본부와 교협간의 협상을 통해 일단락됐지만, 교수와 대학 본부간 의사소통은 여전히 어긋나고 있다. 박 총장은 교협과 협상한 다음 날인 지난 8일 전체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교협측은 이번 행동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교협은 “교협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인정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반박해 소통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07-20 오전 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