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올해 첫 신입생을 선발한 자유전공학부(학부장 김병기)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소속 학부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15일 중앙대 관계자와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등에 따르면, 중앙대는 최근 정원 133명의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는 대신 90명 정원의 '공공인재학부(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학부의 명칭 뿐 아니라 커리큘럼도 바뀐다. 지난 1학기 동안 학부를 운영해 온 결과 정원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부가 지향하는 교육방향이 불분명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앙대 고위 관계자는 "학부의 타깃이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법학이나 행정학 교육을 통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 공공의 국가자격시험 준비를 위한 학부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의 폐지는 설립시부터 논란거리가 돼왔다. 로스쿨 개원과 법대 폐지에 따른 잉여정원을 흡수할 학부가 필요했지만, 장기적인 학부 설립 계획은 미흡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유전공학부 올해 신입생 133명 가운데, 30여명은 등록하지 않거나 등록만 해놓고 재수를 준비하는 이른바 반수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 모 신입생은 "30명 정도가 반수생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자유전공학부 신입생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공공인재학부로 소속을 전환할 것을 선택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전공학부 커리큘럼은 4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학생들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재단 이사장,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자유전공학부 폐지 결정을 '밀실행정'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낮 교내에서 학부생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은 뒤 3시께 대학 본부 앞에서 학교측의 자유전공학부 폐지 방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태민씨(자유전공학부 1)는 "학부모 총회까지 열어 자유전공학부의 청사진을 제시한 게 불과 2개월 전이었다"면서 "학교의 일방적인 밀실행정을 규탄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유전공학부 다른 재학생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가 아닌 신문방송이나 광고홍보쪽을 생각하고 입학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학교측 제안을 거절했다.
학생들은 대학측이 4년간 커리큘럼을 보장하기로 한데 대해 군대 다녀올 남학생들이 최소 6년 후까지 학교에 다녀야 한다며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80여명의 남학생이 군대를 다녀올 경우 적어도 6년 후까지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서 "또 유령학부가 된 자유전공 학우들을 어느 회사가 채용하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또 대학이 학문과 취업 목적 이외에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익히는 곳인데, 학교측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후배가 없게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07-15 오후 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