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약대 증원 규모를 390명으로 확정한 가운데, 기존 약대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9일 1982년 이후 동결된 약학대학 입학정원을 390명 증원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증원 배정이다. 복지부는 약대가 없는 대구·인천·경남·전남·충남 등 5개 시·도에 각각 50명씩 총 250명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잔여 정원은 약대가 있는 시·도 중 약사 수요에 비해 정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경기도(100명)·부산(20명)·대전(10명)·강원도(10명)에 배정된다.
이에 따르면, 390명 중 64%인 250명이 신설 대학에 우선 배정된다. 잔여 인원 100명을 배정하겠다고 밝힌 경기도의 경우에도 상당수는 신설대학에 돌아갈 전망이다. 현재 경기도엔 약대가 성균관대(정원 65명)밖에 없기 때문에 이 대학에 15명 정도가 증원되고, 나머진 신설 대학에 배정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증원 인원의 85%에 달하는 330여명이 신설 대학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기존의 약대들은 이번 정원 증원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전국에서 최소 규모(정원 30명)의 약대를 보유한 삼육대는 6년제 시행으로 증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2~3년 전부터 교수 채용과 시설 확충을 해 왔다. 이 결과 현재는 교수 9명에 신축 약학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시설투자에만 1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복지부 발표대로라면 서울에는 더 이상 증원이 없다. 삼육대는 기존에는 정원외·편입 선발 등으로 10여명의 학생들을 더 뽑을 수 있었지만, 이젠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임동술 약대 학장은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해왔지만, 실제 정원이 줄어들게 돼 걱정”이라며 “이번 복지부 발표는 기존 약대 정원을 잘라다가 신설학교에 나눠주는 꼴”이라며 불만을 토해냈다.
전국 20개 약대들의 모임인 한국약학대학협의회도 복지부 발표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며 배수진을 쳤다. 복지부 발표 직후 서영거 회장(서울대 약대학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현 상황에 대응키로 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전인구 동덕여대 약대 교수는 “현재 약대 정원이 1200여명이지만, 정원외 선발 등을 고려하면 1350명 정도”라며 “6년제 시행으로 정원외·편입 선발을 못하게 되고 2년간 약대 신입생 선발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증원이 아닌 감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증원 규모 390명은 2030년까지의 약사 공급과 수요 체계를 예측해 약사 공급 부족분의 균형을 맞추기로 가정해 산출됐다”고 밝혔지만, 약사 수요가 부족한 현 상황과 기존 약대들의 교육 내실화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족한 숫자라는 얘기다.
실제로 2008년 기준 약대 정원은 1204명이지만 정원외 편입선발 인원 129명까지 고려하면 1333명이 된다. 그러나 6년제 약대에선 정원외·편입 선발이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평균 정원외·편입 선발 인원은 141.2명이다. 따라서 복지부가 제시한 증원 규모 390명 중 130~140명 정도가 빠지기 때문에 실제로 증원되는 숫자는 250명 정도가 된다.
더욱이 약대들은 2011년까지 2년간 신입생 선발하지 못한다. 정원외·편입 선발인원까지 합하면 약 2700명을 뽑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 지방대 약대 교수는 “정원외·편입선발과 2년간 신입생 선발을 못하게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 증원규모가 250여명이면 현 수준을 만회하는 데에만 12년 이상이 걸린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6년제 시행은 약학대학의 전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2년간의 교양교육 기간을 거쳐 약대에 진학하면, 4년간은 전공과목들로 채워진다. 전공학점도 70학점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전공 교과목 수와 교수 확충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황성주 충남대 약대학장은 “교수 수가 아무리 못해도 20명은 돼야 하는데 교수 확충을 위해선 학생 수를 늘려줘야 한다”며 “기존 약대에 대한 증원은 거의 않고, 신설 약대에만 정원을 나눠주겠다는 얘기는 아예 연구를 포기하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현 상태에서 증원 없이 6년제 시행을 하게 되면 교수 1인당 4과목 이상을 가르쳐야 하고, 그러다 보면 연구할 시간이 없다는 불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