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교수와 대학본부간의 의사소통 부재로 갈등의 불씨를 키워가고 있다. 교수들도 모르는 학생 신입학 정원 조정을 진행하는가 하면, 연봉제 도입을 조건으로 한 10% 임금인상 약속을 어기면서 일부 교수들이 올해 연봉계약을 교수협의회측에 위임하는 등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박범훈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표한 2010학년도 입시안 관련 신입생 정원 조정안은 대학 본부가 구성한 ‘구조조정 위원회(위원장 방효원 의과대 교수)’도 모르는 것으로 교수들도 황당해하고 있다.
박 총장은 이날 낮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2010학년도 입시에서 ‘산업정보학부’(가칭)를 신설, 전문계 고교 졸업 뒤 산업체 3년 이상 근무자를 학부과정 신입생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정보학부’ 신입학정원은 서울캠퍼스 85명, 안성캠퍼스 60명 등 모두 145명으로 서울캠퍼스 자유전공학부와 안성캠퍼스 사회과학대학 신입학 정원 일부를 폐지해 충당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본부 말대로면 정원이 깍이게 될 해당 대학 교수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을까. 본지가 해당 학부와 대학 교수 중 무작위로 전화에 확인한 결과 교수 대부분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특히 이 같은 정원 조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학 본부가 계열별 교수 30명으로 구성한 ‘구조조정위원회’ 조차 해당 단과대 정원 조정 계획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방효원 교수는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방 교수는 “본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 같다”면서 “위원회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구조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논의 없이 단독 처리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교수들과 의견이 같으면 추진하면되고 다르면 풀어가야하는 건데, 자기네 생각은 전혀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구조조정안에 대해 재단과 대학본부간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대 모 교수는 “본부쪽과 협의한 학과 신설안을 가지고 이사장을 만났는데, 박 이사장은 1~2년만 보지말고 향후 20~30년 이후를 봐라 라며 5년 뒤에 폐과할 것을 왜 만드느냐고 역정을 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예술대학원을 첨단영상대학원으로 통합하자는 대학본부측의 계획도 교수들의 반발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 교수는 “위원회에서 논의한 건 유사학과 통폐합과학문단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 뿐”이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확히 이사장이 무슨 그림을 갖고있는지 보기 위해 이사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겠다”고 말했다.
대학 본부측의 일부 정원 폐지 방침이 알려진 자유전공학부측도 본부의 계획에 대해 “한마디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기치는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병기(법학) 자유전공학부장은 “학부모까지 초청해 최고 인재로 키우겠다고 한게 얼마전이에요”라며 “대학 본부가 교육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일 안성캠퍼스 상경학부 교수는 분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교수님들에게 통보 안하고 결정한 모양”이라며 “지금 교수 의견이란 걸 들을 수 있는 채널이나 기회가 전혀 오픈돼있지 않다. 상식을 벗어난 행위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직원들조차도 교수와 대학 본부간의 소통 부재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일 교수는 “구조조정 자체가 학교 컨센서스 얻어서 진행해야하는데, 탑다운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팀장들 조차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 전했다.
이와 별도로 중앙대는 최근 전체 교수들에게 올해 연봉 규정을 첨부하지 않은채 계약서 서명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회장 강내희)가 전체 교수들에게 “연봉 계약을 교협에 위임해달라’는 서신을 보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25일 현재 190여명의 교수가 연봉 계약을 교협측에 위임했다.
교협측은 “연봉제 시행 조건으로 (본부가)제시한 2008년, 2009년 매년 10%의 임금 인상 약속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부당하다”면서 “경제위기와 등록금 동결 등의 사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연봉계약서에 공식 표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교협측은 지난 25일 박범훈 총장으로부터 “금년 10% 급여인상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한 사과와, 내년 급여인상을 최우선 과제로 실행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지만 “총장님의 약속은 보는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될 오해의 소지가 있고, 서명이 없는 이메일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변호사 자문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혀 불신을 드러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06-29 오전 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