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홍보실장의 답변에 대한 학내 언론4개사의 답변
요구한 시일 내에 답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대자보가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으며,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는 주장이나, “제가 쓴 글의 어느 부분이 공개사과를 해야 하는 지를 곰곰이 따져보았지만 지금도 납득이 갈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는 언급은 저희 학생기자들을 좌절하게 합니다.
<중대신문>에 실린 이태현 홍보실장의 글은 ‘홍보실장’이라는 중책에 있는 분이 언급한 것으로, 단순한 칼럼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사 기자 일동은 칼럼에 드러난 “필자의 의도”가 언론과 홍보의 역할을 혼동하고, 더욱이 대학언론의 위상을 훼손하고 있으며, 학생기자들의 사기 또한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 아래 문제제기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답변서에서 충분한 해명을 듣지 못했기에 재차 질의서를 보냅니다.
먼저, 이태현 홍보실장은 본인이 대학언론을 ‘소음’으로 폄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글의 앞뒤 맥락을 언급하셨으니, 길지만 관련 단락을 생략 없이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학언론은 양방향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수요자와 의사소통하기에는 그 주기가 너무 길다. 중간에 다른 미디어를 통해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신문은 한번 발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고 방송 역시 음성을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설사 잘못된 정보나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문제도 이를 해명하거나 재확인해서 반영하기에는 해당 언론사나 수요자 모두에게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한다. 더구나 대학 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외부에서 우리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기자라는, 어쩔 수 없는 ‘아마추어 언론인’이지만 그 책임이 역시 막중하다.
이제는 발행주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종이매체나 자칫하면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일방의 매체보다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실시간 업데이트와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인터넷 매체로의 전환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본다.”(「대학언론의 새길 」중)
전후맥락을 따져보더라도 ‘대학언론’과 ‘학생기자’에 관한 언급을 하고 있는 중에 사용한 표현입니다. ‘소음’이라는 단어를 강조까지 하면서 사용했으나, 이것이 교내 언론ㆍ방송사를 지칭한 게 아니라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맥락상 오해의 소지가 충분한 것이 사실이고, 이 표현이 학생기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으므로, 앞으로 이와 같은 표현은 더욱 신중하게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래는 이태현 홍보실장이 답변서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한 반박입니다.
1. 인터넷 매체로의 전환은 오히려 접근도를 떨어뜨리고 정보격차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태현 홍보실장은 답변서에서 “(종이매체의) 배포위치는 정해져 있으니 굳이 그곳을 지나치지 않는 한 매체가 독자에게 도달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학생기자들이 일일이 배포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대학언론의 인터넷매체로의 전환을 재차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인터넷은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으나, 정보는 직접 접근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사를 매일 스팸처럼 이메일로 전달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지난 대자보에서도 밝혔듯이 현재 대학언론에 인터넷매체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카우온(www.cauon.net)은 오래 전부터 인쇄매체와 함께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나 카우온은 인쇄매체를 보완하는 정도의 기능을 할 뿐이지, 인쇄매체 전체를 인터넷매체로 전환할 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매체 자체의 인지도를 떠나서 매체가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포탈처럼 뉴스제공뿐만 아니라 검색과 메일, 쇼핑, 카페, 블로그 등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한, 학내 기사만을 읽기 위해 본교 인터넷언론 사이트에 직접 접속할 학생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카우온에 얼마나 자주 접속을 하는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요조사를 해보시면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인쇄매체가 배포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접근도 면에서는 인터넷매체보다 월등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좀 더 숙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 대학언론과 일간지, 인터넷매체는 성격과 역할이 다르다.
대자보를 잘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또한 “독점적 지위를 잃었다”는 표현을 이 실장이 사용한 대로 ‘속보성’의 문제와 연관해서 문제제기했습니다.
“이 실장은 대학언론을 인터넷매체나 일간지와 단순비교하며, 대학언론이 “독점적 지위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대학언론이 주간 단위로 발행되기 때문에 ‘속보성’에 있어서 외부언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대자보 중)
때문에 핵심이 “독점적 지위를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속보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데에 저희 또한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속보성을 강조”한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이 실장의 언급을 그대로 옮기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속보성은 물론이고 정보의 양과 품질을 극복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과연 지금의 대학언론이 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혹은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학언론 스스로 연구해 볼 숙제다.”(「대학언론의 새길」중)
홍보실장과 표현의 문제를 가지고 일일이 다투고 싶지 않지만, 본인이 ‘한계’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시니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숙제’와 ‘극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는데, ‘숙제’는 ‘해결해야할 과제’라는 뜻으로 해석되며, ‘극복’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점마저 부인하신다면 지면상의 토론이 불가능하지 않나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희 언론사 일동은 ‘속보성’이라는 문제 자체가 ‘숙제’가 될 수 없고, 그것이 바로 대학언론과 일간지, 인터넷매체와의 다른 점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3. 대학언론의 수요층은 ‘학생’이지 ‘외부의 시각’이 아니다. 언론과 홍보를 착각하지 마라.
학생이 주요 수요층임을 인지하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언급을 보면, 언론과 홍보의 차이점은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학내에만 한정되어 기사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외부 언론기관이나 타 대학, 기타 여러 곳에 고스란히 유통되게 되며 우리 대학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불리한 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이 실장의 답변서 중)
“우리 대학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면 즉각 개선해야 마땅합니다. 언론은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해서 널리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학교본부 측에서는 이런 ‘치명적인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외부의 시각이 무서워서 문제를 덮어버린다면, 학교에 발전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태현 홍보실장이 학교 홍보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언론사와 다른 견해를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같은 견해를 언론을 통해 표명하는 데에는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홍보실장’이라는 자리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학교당국의 목소리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언론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면 그 점을 문제 삼으면 됩니다. 그러나 단지 학교의 위신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도를 삼가야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 점에서 언론과 홍보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좀 더 깊이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언론사 또한 홍보실과 다름없이 “대학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학내에 산적한 갖가지 문제들이 해결되길 바라며 기사를 작성하고 또 보도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홍보의 역할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하셨으니 저희 또한 많은 학생들 앞에서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곧 마련되길 고대하겠습니다.
4.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마라. ‘아마추어 언론인’ 발언에 공개 사과하라.
이태현 홍보실장은 “4개 매체가 대자보를 붙인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실장의 글은 <중대신문> 마지막 호에 게재되었고, 이미 학내 모든 종이매체가 휴간을 한 상태이며, 종강을 했기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에게 최소한 반박글을 보이기 위한 선택은 대자보밖에 없었음을 인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두고 “대학언론의 특권”이라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대자보에 거명되는 사람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게끔 노리고 붙였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신 것은 억측이며 과도한 비난입니다.
또한 “‘아마추어 언론인’이라는 표현에 대해 사과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태현 홍보실장은 이 표현을 비하의 뜻이 담기지 않은, “순수한 ‘아마추어정신’”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관련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더구나 대학 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외부에서 우리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기자라는, 어쩔 수 없는 ‘아마추어 언론인’이지만 그 책임이 역시 막중하다.”(대학언론의 새길)
답변서에서 이 실장은 본인이 사용한 ‘아마추어’의 본뜻을 올림픽 프로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 정신’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위의 문장에서는 그렇게 순수한 의미를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해석한 바는 이와 같습니다. ‘아마추어 언론인’은 어쩔 수 없이 ‘전문적이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 간의 경쟁이 심한 이 시기에 ‘진중하지 못하게’ 우리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손상시킬 수도 있는 ‘수준 이하의’ 기사를 생성할 수 있으므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 만약 정말로 이런 뜻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사과할 필요가 없겠으나, 이런 의도였다면 대학언론과 학생언론인에 대해 비하를 하신 것이므로 사과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자유’이자 ‘특권’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해명을 하셨습니다. 전체 글의 의도가 대학언론을 종이매체에서 인터넷매체로 바꾸라는 것이었고, 이러한 ‘실험’을 대학언론이 할 수 있는 ‘자유’이자 ‘특권’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 언론사 일동은 인쇄매체의 성격과 형태를 인터넷매체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자유’도 ‘특권’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것이 언론사의 ‘자유’와 ‘특권’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발표한 대자보에서 상세하게 밝혔기에 재차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자세한 답변에는 감사드리나, 충분한 답변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논쟁은 아니었던 것이, 홍보실과 언론사의 차이점을 더욱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태현 홍보실장님의 의견은 잘 알았습니다만, 그것이 학교본부 전체의 의견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앞으로도 언론과 홍보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지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2009년 6월 24일
녹지, 대학원신문, 중앙문화, 중앙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