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두산을 새 법인으로 맞이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1년 동안 중앙대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변화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앞으로의 1년은 더욱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또 다른 시대를 앞서기 위한 적절한 변화는 필연적이며, 고통 또한 수반한다. 이에 따른 희생은 너무나도 아름다울 것이다.
그 변화가 중앙대 의혈 정신을 계승하는 주체에 의한 변화일 때 중앙의 마음에는 의로움이 가득 찰 것이다. 그러나 의혈 정신의 실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하는 집단에 의한 변화일 때 의혈은 시커먼 피를 뿌리며 결국 죽어갈 것이다. 의혈의 정신이 피폐해 질 때 나는 중앙인이고 싶지 않다. 그런 중앙대에서 내 몸과 같은 제자들을 가르칠 마음은 죽어도 없다. 중앙대 교수들은 의혈의 주체이길 간절히 원하며, 그럴 때 의혈중앙은 밝은 새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대는 이미 전 교수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고,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승진.승급 기준을 3~4번 이상 개정했으며, 그 기준은 과거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히 높게 제시되었다. 또 이사장의 의도에 따라 대학과 학과의 틀을 깨는 전대미문의 대단위 교육단위구조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중앙대 교수들은 의혈을 위해 순순히 피를 뿌렸고, 선홍색 의혈 위에 또 한 번 피를 뿌릴 각오다.
그러나 의혈은 교수들의 피만으로는 의로워질 수 없으며, 의혈 정신의 완성을 위해서는 변화를 원하는 주체의 피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자신의 희생이 아닌 남의 희생으로 중앙대를 바꾸고자 하는 것은 의혈이 될 수 없다.
얼마 전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두산이 임명한 의료원장께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취임 이후 고령이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개혁을 통해 중앙대 의료원을 국내 최고 의료원으로 자리매김하고자 정력적으로 노력하셨던 그 분에 대한 나쁜 소식에 중앙은 인간적인 슬픔을 느끼며 쾌유를 빌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의료원장께서 중앙대 의료원이 아닌 삼성의료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중앙은 경악했고 깊은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개혁은 주체나 대상에게 모두 아픔이어야 한다. 새로 태어나기 위한 진통이어야 한다. 새 생명을 탄생시켜야 하는 산모나 좁지만 따뜻했던 어머니의 배속으로부터 춥고 두려운 세상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아기 모두 인고를 통해 출산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대상에게만 일방적으로 요구되는 개혁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고통과 불신만을 남길 것이다.
나는 살아서는 물론이고 죽어서도 의혈이고 싶은 중앙인으로서 목숨 같은 제자들에게 정말 선생이고 싶다. 그러나 수백, 수천의 회사, 공사, 그룹 등에 적합한 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해 수백, 수천의 취업 특이적 교과과정을 만들 수도 운영할 수도 없는 교수로서 제자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수업료로 학기당 수백만원을 내야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교수 특이적, 연구원 특이적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교수로서 제자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
의혈 중앙의 교수들은 두산 그룹의 중앙직업훈련소가 아닌 중앙의 주체로서 학생들에게 의혈의 정신을 교육하고 싶다. 그 시기는 아마도 두산이 이사장의 뛰어난 개혁 드라이브에 힘입어 명실공이 재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남을 보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런 자랑스런 두산을 법인으로 두고 있는 우리 중앙대 역시 학계 1위로 우뚝 서고, 의혈 정신이 가득 찬 중앙대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는 그 날이 과연 올지 의문이 드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