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용성式 대학 개혁 전폭 지원해야
교육 과정을 확 뜯어고치겠다는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발언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 이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를 싹 잊어버리고 백지 위에 새로 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필요한 사회적 학문적 수요에 맞춰 대대적 ‘학과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사회 나가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는 교육을 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수 평가기준을 강화해 ‘연구하지 않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못 버티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학 교육을 공급자 대신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그 요지다. 50여년 무풍지대였던 대학 사회와 교육 시스템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 대학교육 경쟁력은 언급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제경쟁력 평가에 의하면 국내 대학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는 55개국 중 53위(2008년 평가 기준)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 기업에 입사하면 재교육을 받는 데 무려 20개월 이상 소요되며, 그 비용도 1인당 4000만원에 이른다. 사회 적응을 위해 대학을 다시 다니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존재 이유가 없다.
‘박용성식(式)’교육 개혁에 기대가 큰 것은 그가 기업 경영을 오래 했기 때문이다. 대학 운영과 기업 경영을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겠지만 합리성과 효율성은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를 게을리 하는 교수는 연봉을 깎는 것이 마땅하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기업이나 대학이나 다를 바 없다.
그의 말처럼 중앙대 개혁은 “국내 대학 역사상 가장 큰 실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배타적인 대학사회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교육당국과 각 대학이 함께 나서야 한다. 마침 200개 대학 총장이 성적 위주 입시 관행을 지양한다는 내용의 대입전형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창의력이 풍부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재를 선발해 둔재로 졸업시키는 지금의 대학교육 시스템에서 더 급한 것은 대학의 개혁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20, 30년 전 강의노트 가지고 맞설 수는 없다. 박 이사장은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딴죽 걸지 말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