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박용성 이사장이 “이런 과목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구청 문화센터로 가라”고 일갈했다. 부모들이 뼈 빠지게 고생해 값비싼 등록금을 대는 것은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소화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인재가 되라는 것인데, 학교는 이런 강좌를 교양과목으로 개설하고 학생들도 여기에 몰리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하지 않아 폐강되는 교양과목에는 미적분학, 통계, 일반화학, 실용한문 등 기초학문과 실용지식 분야가 많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지 오늘로 1년이다. 현재 중앙대는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를 겪고 있다. 올해 교수 연봉제가 도입된 데 이어 19개 단과대와 77개 학과로 구성된 교육단위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중앙대는 우리나라에서 단과대와 대학원, 학과가 가장 많은 대학 중 하나다. 지난날 다른 대학들이 단과대를 폐지하며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때 중앙대는 총장마다 단과대 하나씩을 늘렸다. 국악대를 만든 지금의 박범훈 총장도 예외가 아니다.
▷박 이사장은 어제 통화에서 “대학에 와서 가장 충격을 받은 점은 ‘의사결정 프로세스’였다”고 말했다. 기업 같으면 한 달이면 결정을 내릴 일을 전체 구성원의 컨센서스(합의)를 도출한다면서 6개월 이상 질질 끄는 모습이 답답했다고 한다. 명분과 논리만 따지면 어떤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기업 현장을 누빈 박 이사장의 경험칙이다. 그는 대학 발전의 선결과제로 총장 직선제 폐지를 꼽았다. 인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직선 총장이 4년 안에 무슨 수로 대학을 바꿔낼 것인가라고 그는 반문했다. ‘개혁무풍’ 캠퍼스에 기업식 경영을 접목하고 있는 중앙대의 미래가 주목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