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제 도입... “교수 학문 공동체 파괴할 것”
- 대학 평가 관련 재단측 질타...“당혹스럽다”
“아인슈타인이 1905년 상대성이론 등 3편 논문을 썼어요. 3편 모두 1세기에 나올까 말까한 논문이죠. 그 사람에게는 평생 상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교수에게 1년에 몇 편씩 쓰라는 건 교수들 족치자는 거에요.”
강내희(59)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교수협의회 회장)는 크게 화가 나있었다. 지난해 대학 본부와 재단측이 내놓은 교수업적평가안이 문제였다. 교수와 학문 사회를 이해 못한 때문이라는게 강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교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높은 업적을 낸 교수를 대우해야한다는데 공감했다. 그러나 모든 교수에게 1년에 몇 편씩 쓰라고 하는 건 ‘저질’ 논문을 양산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문 세계에서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전 앞으로 C급 교수가 될꺼에요. 학진 등재지 논문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이죠. 학문은 바다와 같습니다. 이세돌과 이창호가 둔 바둑이 명국인거지, 아마추어가 천 판을 두어도 명국이 되지 않는 것과 같아요.”
강 교수는 그 동안 학진 등재 논문은 거의 쓰지 않았다. 대신 <창작과비평>이나 <진보평론> 등 비학술지나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 발표문 등 15편 이상을 써왔다. 저서도 많이 썼다. 지난 2003년에만 3권의 책을 냈다.
하지만 대학이 제안한 교수업적평가로 보면 강 교수는 낙제점이 된다. 비 학술지 논문과 토론회 발표문, 저서 등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논문을 쓰기로 했다. 학과 평가 때문에 동료 교수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해서다. 그는 “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면서 “체면치레로, 의무방어전으로 1~2편 써야죠”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 영입한 두산 재단에 대해 아직까지 학생들은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전 재단과 비교해 구체적인 발전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면에서 희망은 있다는 교수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교수 업적평가와 연봉제 도입 등과 관련해 평교수들과 본부, 재단간 커뮤니케이션 부재에 따른 우려를 쏟아냈다. 조교에게 행정 업무를 맡기는 등 연구 여건은 그대로 둔 채 교수만 압박하는 것은 학문과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일문 일답
- 두산 재단 영입 후 학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예전 재단과 비교해서 학생들의 기대는 많아요. 재벌 기업이고 공대의 경우 두산 중공업 관련해서 학생들은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입학 점수가 올라갔다는 효과도 있었죠. 또 재단 전입금도 조금 생겼어요. 전 재단에서는 전혀 없었죠. 전체적으로 두산 재단 이후 학교 발전전략을 나름대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입니다. 그 전에도 발전전략은 있었지만 투자가 없는 가운데 진행되는 발전전략은 문제가 있었죠. 이제는 실현해 낼 수 있는 발전전략을 세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고 봅니다.”
- 중앙대 교수들의 연구·교육 여건은 어떤가요.
“교수에 대한 대우에 대해 과거 재단에서 부실하게 했어요. 다른 경쟁대학과 비교하면 떨어지는게 사실이죠. 새 재단이 오면 새 대우를 해야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불만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우는 안해주면서 연구 업적은 다른 경쟁 대학과 같이 해달라는 거에요. 그런면에서 근무 조건이 악화됐다고 봅니다. 예컨데, 각학과에 조교제도가 있는데, 그 조교가 행정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는 말이 안되는거죠. 조교하면서 행정직원처럼 해야하는거에요. 이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직원을 뽑아야 합니다.”
- 최근 대학 평가 결과와 관련해 총장과 재단 상임이사가 질책했는데요.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건 말할 것 없어요. 안부 인사라든가 그런 정도는 머라고 안하죠. 그러나 지난번 상임이사가 보낸 편지는 교수가 봐도 이상하게 느꼈어요. 당혹스럽죠. 대학의 장은 총장 아닌가요. 대학의 모양이 좋지 않잖아요. 대학 교수가 상임이사에게 칭찬이나 질책을 받는건 좋지 않아요. 교수 전체가 마치 훈련병처럼 신입생 처럼 되는 건 별로 안좋습니다. 교수들을 업신여기는 태도입니다.”
- 재단과 대학 본부는 연봉제를 포함해 교수들을 등급으로 평가하겠다고 했는데요.
“교수 평가와 특히 연봉제에 대해 교수들은 대체로 교수사회의 동질감과 학문 공동체를 파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업적이 훌륭한 분들에게 대우를 해준다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상대성이론 관련 3편 논문을 썼어요. 3편 모두 1세기에 나올까 말까한 논문이죠. 그 사람에게는 평생 상을 줘야합니다. 그런데 모든 교수들에게 1년에 몇 편씩 쓰라는 건 교수들 족치자는 거에요. 계속 일시키고 꼼짝 못하게 회사처럼 업적만 내게 하는 구조가 됩니다. 결국 불이익 안당하려면 논문을 양산해야 하죠. 질적으로 보장이 안 되는 논문의 양산체제가 될 우려가 큽니다.”
- 총장 선출방식이 직선제에서 재단 선임으로 바뀌었는데요.
“재단 법인이 총장을 임명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잘못하면 법인이 크게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사장이 총장을 임명하면, 총장의 자율권과 독립성이 사라집니다. 총장이 잘못한 것을 이사장이 떠맡아야 한다는 거죠. 이건 이사장에게도 바람직한게 아닙니다. 법인이 너무 큰 부담을 떠않는 모습이라고 봅니다. 과연 직선제로 가야하느냐 그것도 한 방법이지만, 총장선출위원회를 두고 학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방식 등을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
■ 강내희 교수는 =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마큇(Marquette)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올해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에 취임했다. 1992년 계간지 <문화과학>지를 창간해 발행인으로 있으며 서울문화이론연구소장, 문화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등을 맡고 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05-29 오후 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