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가 지도 학생과 공동 저작으로 학회지에 논문을 투고하려다 해당 학생이 게재 철회를 요구한 것에 격분해 학생에게 자퇴를 권유하는 등 위협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5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A교수는 자신이 지도하는 박사과정 연구 조교 B씨의 석사학위 논문을 요약한 연구 논문을 이메일로 전달 받아 학술진흥재단 등재 학술지에 게재 심사를 의뢰했다.
교수와 학생의 공동 저작 논문 제출은 중앙대가 지난해 도입한 ‘연구조교제도’에 따른 것으로, 장학금을 받은 연구 조교는 2년 내에 지도 교수와 공동저작 형식으로 학회지에 연구논문을 게재토록 했기 때문이다.
공동저작 형태로 논문 심사를 요청한데 대해 B씨도 당시에 승낙을 했지만, 올해 3월 학회 측에서 보내 온 논문심사서를 받아 본 B씨는 해당 논문의 제 1저자가 A교수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A교수에게 논문 게재 철회를 요구했다.
A교수가 지도교수이기는 하지만 해당 논문의 원본인 석사학위 논문을 집필할 당시 지도교수도 아니었고, 최종 논문의 요약이나 수정 과정에서 기여한 바가 거의 없어 제1저자로 기재된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
이미 심사에서 게재 확정 결정이 난 상황이었지만 A교수는 B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학회측에 논문심사 철회를 요청했고 결국 해당 논문의 게재는 철회됐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으로 치달은데 대해 격분한 A 교수가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제메시지 등으로 수 차례에 걸쳐 B씨에게 ‘너 못된 애구나’, ‘학교에 얼씬거리지 마라’, ‘장학금으로 받은 돈 게워내라’ 등의 폭언을 하고, 자퇴를 권유하는 등 B씨가 위협으로 느낄 수 있는 발언을 한 것.
결국 B씨는 이런 상황에서 올해 1학기 휴학한 뒤 지난 4월 16일 대학측에 진정서를 접수했고 중앙대는 A교수와 B씨에 대해 수 차례에 걸친 면담조사를 벌인 결과 폭언 등의 사실을 확인하고 A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 대학 한상준 교무처장은 “A교수가 교수 입장에서 제자에게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연구도용과 장학금 반환요구, 이메일 등 폭언 등의 사유로 징계위원회 회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교수는 “연구 조교와 공동으로 논문을 게재할 때 교수가 ‘주저자’여야 한다는 중앙대 ‘연구조교 제도’ 규정을 ‘제1저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오해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며 “제자의 연구물을 도용할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는 중앙대가 ‘연구조교 제도’를 도입하는 등 교수들의 연구 실적을 강조하면서 이에 압박을 느낀 A교수가 무리하게 공동연구논문을 제출하려 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대 연구조교제도 도입에 대해 예술대는 그동안 실기교수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으나, 대학측의 장학금 수혜율을 올리고, 대학원생 충원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를 받아들여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연구조교 제도’는 또 신입생만을 대상으로 하도록 하고 있어 공동 저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지 않아 제대로 된 논문이 나올지도 장담하기 힘들다는게 이 대학 교수들의 의견이다.
중앙대 인문대 모 교수는 “연구조교 제도 자체는 문제없이 좋은 제도”라면서도 “(대학본부가)논문을 많이 내도록 유도하면서 교수들이 압박감을 갖는건 사실이고, 특히 논문을 쓰지 않는 예술대에는 다른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05-25 오전 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