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교수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조선일보의 참담한 평가결과(아시아권 114위 국내 22위)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러한 평가결과는 박범훈 총장께서 정확히(?) 지적하였듯이 우리대학교수들의 ‘열악한 연구성과’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수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열악한 연구성과’가 어떠한 경위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스스로 자문해 봅니다. 대답은 간단합니다. 아니 평가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우리 스스로 이미 정답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입니다. 우리대학은 아직까지 ‘진지한’ 연구를 중심에 둔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대학은 연구 중심대학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연구중심대학이 아닌데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없고 좋은 연구업적 없이 좋은 평가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입니다.
솔직히 우리대학은 연구중심대학보다 정치중심대학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현직총장이 앞장서서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인들을 초빙교수로 모셔오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정진하기 보다는 폴리페서를 지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우리대학발전을 위해서 정치에 참여하였다고 주장하거나 생각하는 중앙인들이 계신다면 과연 최근 약진하는 대학들의 총장들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과거 정권들과 그렇게 밀접해서 그 대학들이 약진하게 되었는지 스스로 물어보시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연구중심대학으로 가려면 대학본부가 제대로 된 평가기준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대학이 지향하는 목표가 ‘세계 500대 대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세계 500대 대학에서 나오는 논문은 논문의 질이 우수한 논문들입니다. 그러면 우리대학 목표에 부합한 평가기준부터 새로 만들어야 하고 그 평가기준은 (사회과학분야라면) 국제적 객관성에 근거하여야 합니다. 모든 평가 시스템(교수임용, 승진과 승급 그리고 이제 연봉제)을 국제적 객관성에 근거하여 적용되어야 합니다. 과거 수년 동안 우리에게 (이러한) 진정한 평가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참담한 평가결과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대학본부는 앞으로 이러한 평가시스템을 비롯하여 제대로 된 인센티브제도를 확립하여야 합니다. 연구중심이 되려면 행정시스템자체가 연구중심으로 바꾸어져야 합니다. 연구지원처, 일반대학원, 교무처, 기획처, 행정실 등 모든 행정기관이 연구중심으로 탈바꿈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제대로 된 평가기준과 그 기준에 근거한 인센티브제도가 있어야 세계 500대 대학이라는 구호가 그럴듯한 목표로 중앙인들에게 인식될 것입니다. 그런 노력 없이 세계 500대 대학을 지향한다는 구호는 그냥 ‘정치성’ 구호, 그 이상으로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조선일보 평가이후 최근 총장님의 편지와 상임이사님의 편지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것 같아서 더욱 걱정될 따름입니다. 먼저 새로운 재단이 인수한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단에 과중한 책임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상임이사께 한 가지 건의하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기업의 경영기법을 대학에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고 대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솔직히 그 동안 너무 이런 접목이 없었습니다.) 단 기업의 경영기법을 대학에 슬기롭게 접목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이번 사태의 책임은 총장을 비롯한 대학본부와 저와 같은 우리 대학교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장께서도 책임을 통감하신다고 편지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점파악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저와 같은 교수들에게 어떠한 책임을 물으실 건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스템을 오랜 기간 동안 방치하신 총장님은 어떻게 책임을 지실건지 함께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중앙대에서 책임지는 총장과 교수가 보고 싶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