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기관이 대학 평가에 나서면서 대학 줄세우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평가 기관에 따라 대학 순위가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서로 다른 평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본지가 두 기관의 대학별 종합 순위를 분석한 결과 상위 1위~5위까지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6위부터 아래쪽으로는 평가 기관별 대학 순위는 큰 격차를 보였다. 불과 8개월 만에 한 대학을 두고 서로 다른 순위를 매겼다.
카이스트가 두 기관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포스텍과 서울대가 2위와 3위를 번갈아 차지한 걸 제외하면 4위 연세대, 5위 고려대로 ‘탑 5’는 그나마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박혜경 한동대 기획처장은 “(조선일보 평가는)특히 연구 비중을 60%로 잡아 결과적으로 기존 상위권 대학과 국가 연구 과제를 받는 지방 국립 거점대학 중심으로 좋은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6위 이하부터 대학 순위는 평가 기관별로 들쑥 날쑥이었다.
우선 앞선(중앙일보) 평가에서 8위에 올랐던 서강대가 11위로, 인하대는 11위에서 14위로 각각 3계단씩 떨어졌다.
한국외대(11위), 중앙대(14위), 건국대(16위), 서울시립대(18위), 홍익대(19위)는 아예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경북대는 17위에서 12위로 5계단이나 상승했고, 이화여대는 9위에서 6위, 부산대는 13위에서 10위로 각각 3계단씩 상승했다.
또 20위권 밖에 있던 전남대(13위), 전북대(15위), 충남대(17위), 한림대(19위), 울산대(20위)는 대학 순위 ‘탑 20’ 안에 진입했다.
부분별 평가 결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국제화 부분의 경우 ‘탑 10’에 들었던 부산외대(4위), 한세대(5위), 청주대(8위), 배제대(9위)가 모두 이번 평가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20위던 성균관대가 무려 17계단을 상승해 3위에 올랐고, 중앙대는 20위권 밖에서 단숨에 5위로 튀어 올랐다. 한양대(15위->9위), 포스텍(10위->6위), 고려대(11위->8위) 순위 변동폭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평가 기관별 대학 순위가 요동치는 이유는 평가 기관별 평가 지표가 다른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총점 400점 만점에 ‘교수연구(120점)’, ‘편판·사회진출도(110점)’, ‘교육여건(100점)’, ‘국제화(70점)’ 점수로 순위를 매겼다. 조선일보는 ‘연구능력(60%)’, ‘교원당 학생 수(20%)’, ‘졸업생 평판(10%)’, ‘국제화(10%)’ 지표를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조선일보 평가가 교수의 논문수와 인용 빈도 등 교수 연구력 지표를 중앙일보 보다 2배 높은 가중치를 뒀다. 대신 중앙일보 평가는 나머지 항목에서 조선일보보다 10%대의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다.
문제는 평가 지표 선정과 가중치 부여가 평가 기관별로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는데 있다. 각계 전문가의 자문을 거쳤고 대학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개의 다른 잣대로 같은 대학을 평가하게 된 셈이다.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들은 이 때문에 어느 평가 결과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특히 대학들이 좋은 평가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받아들이면서 대학 줄세우기에 휘둘리는가 하면, 상당 수 대학들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아 반쪽 짜리 평가에 그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조선일보 평가에 고심 끝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경북 지역 모 대학 관계자는 “사람이든 기관이든 평가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는 만큼 원론적으로 대학 평가가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평가가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도 단일 항목 비중을 너무 높인 때문에 국어 공부를 했는데 수학시험 평가하는 격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잘하고 있는 대학을 평가하는 것도 좋지만,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 등을 평가 지표에 넣을 필요가 있고, 전체 순위 평가보다 부분별 평가에 더 큰 의미를 뒀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05-18 오전 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