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비상 긴급기획]‘대기업 대학-학과 베스트4
불황으로 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학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대학은 명문대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기업의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해 높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같은 맥락에서 학생들 역시 자부심이 대단하다. ‘높은 취업률=좋은 대학’으로 평가받는 기준으로 볼 때 소위 말하는 ‘SKY’도 부럽지 않다는 게 이들의 한목소리다. 특히 대기업과 대학이 긴밀한 산학협력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골인할 수 있는 길도 그만큼 넓다. 요즘 뜨고 있는 대기업의 우산 속 대학과 학과를 들여다봤다.
기업의 우산 속으로 들어간 대학을 두고 ‘캠퍼스가 상업주의에 물드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 적지 않지만, 정작 대기업과 대학, 학생들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 ‘꿩 먹고’
대학 ‘알 먹고’
대기업은 ‘1석 3조’로 요약된다. 사회공헌 이미지 제고 등 기업 홍보는 물론 인재 확보도 수월하다. 학교법인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지분 참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대기업이 학교법인을 소유할 경우 다양한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업으로선 학교가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나아가 대학에 부속병원이 딸려 있다면 이를 통해 이윤창출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학교로선 대기업만 한 ‘돈줄’이 없다. 재정의 안정이 그것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버티고 있다면 학교 발전이 보장된 셈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실제 대기업을 끼고 있는 대학들은 모두 일반 사립대학에 비해 재정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다는 점에서 쌍수를 들고 반긴다. 대기업과 대학이 긴밀한 산학협력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대기업에 골인할 수 있는 길도 그만큼 넓다.
두산그룹과 중앙대도 이들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면서 ‘동침’이 가능했다. 지난해 5월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 당시 우려보다 환영의 목소리가 더 컸던 것.
두산그룹은 “기업규모가 커지는 데 따른 사회공헌 확대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제기, 사학재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판단한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재정난에 허덕였던 중앙대는 두산그룹을 맞으면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학교 관계자는 “두산이란 새 재단을 맞아 7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글로벌 대학 육성을 위한 시설투자 확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 중심 대학 도약 등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학교가 자본에 휘둘리는 사태를 우려했지만 이도 잠시, 교육환경 개선과 취업률 상승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같이 대기업이 대학을 운영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기업이 직접 설립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두산그룹처럼 대기업이 인수한 대학도 있다.
울산대과 포스텍(포항공대)은 대기업이 설립·운영하는 대표적인 대학이다. 울산대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1970년 설립한 학교로, 정 명예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다가 현재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울산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전폭적 지원으로 지난해 교육여건·성과평가 전국 1위, 교원확보율 전국 1위, 정규직 취업률 3년 연속 최우수 등 지방대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그중 하나가 현대중공업그룹이 80억원을 투자해 ▲학사·행정·연구 등의 기간시스템 ▲지식포탈시스템 ▲전자도서관시스템 ▲전자문서관리시스템 ▲원격교육관리시스템 ▲모바일캠퍼스 등 학내 모든 정보시스템을 망라한 국내 대학정보화사업 사상 최대 규모인 ‘U-WIN’을 구축한 것이다.
정 의원은 “울산대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앞으로도 학생들의 교육여건 개선은 물론,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때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이 2011년까지 160억원을 투자하는 조선해양공학부를 비롯해 현대그룹 형제기업인 ㈜KCC가 지원하는 생명화학공학부, 현대자동차와 연계된 자동차학부 등은 울산대의 자랑거리다.
울산대는 이외에도 70개 주요 기업체와 장기 인턴십 협약을 맺고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자기 전공과 맞는 기업체에서 6개월 동안 인턴십을 거치는 등 탄탄한 산학협력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 키운다”
포스텍은 이미 명문대로 널리 알려진 대학이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1986년 이공계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국내 최초의‘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설립, 국내 정상의 대학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포스코는 1980년 광양제철소 건설 계획 때부터 대학 설립을 구상됐다. 박 명예회장은 초대 이사장 시절 “지속적인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앞으로 필연적으로 당면하게 될 경영다각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에 협력해 나갈 국제적 수준의 대학이 필요했다”며 “고급두뇌 양성이 절박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 것”이라고 포스텍 설립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포스텍의 현 이사장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으로 2011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포스코는 포스텍 설립 후 현재까지 1조원 이상 지원했는데,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곳으로 꼽힌다.
포스텍에도 산학협동 분야가 따로 마련돼 있다. 바로 철강부문이다. 포스텍은 2005년 포스코와 협력해 철강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세계적인 철강전문 고급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을 밟는 엘리트 인력은 포스코의 지원을 받는다. 학비는 전액 무료이며, 석사는 연간 1200만원, 박사는 1800만원의 장학금을 받는다. 또 6개월∼1년의 해외연수 혜택도 주어진다.
대기업이 인수해 안정권에 들어선 대학은 성균관대와 인하대다. 성균관대는 1991년 당시 학교재단인 봉명그룹의 부도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1996년 삼성그룹을 등에 업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학교 역량을 키웠다.
삼성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1996년 이후 연간 90건이던 SCI 논문 수가 지난해 1800여건으로 늘었다. 397만원에 불과하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550만원이 됐다. 2002년 164명이던 수능 1% 이내 학생 수는 559명을 넘어섰다.
이런 수치는 연세대, 고려대 등과 어깨를 견줄 정도다. 성균관대가 지난해 로스쿨 정원 배정에서 고려대, 연세대와 같은 120명을 배정받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눈에 띄는 점은 성균관대 출신들의 삼성그룹 직행이다. 성균관대와 삼성그룹은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삼성 입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가 ‘첨단 분야에 즉시 투입 가능한 산업체 맞춤형 고급 기술인력 양성’이라는 취지 아래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2006년 학부에 반도체학과를, 대학원에 휴대폰학과를 각각 설립한 것이 일례다. 이 학과의 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행’이 보장돼 있다.
기업 주력사업 연계
각종 프로그램 운영
반도체학과 학생은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 후에는 인·적성검사만 통과하면 삼성전자로 전원 취업할 수 있다. 휴대폰학과 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그룹 입사와 유사한 전형을 거치는 탓에 입학이 어렵지만 대신 여러 관문을 통과하면 삼성으로부터 학비와 보조금을 받는 한편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된다. 지난 2월 휴대폰학과 첫 졸업생 29명 가운데 박사 과정으로 진학한 3명을 제외한 26명 전원이 삼성전자 DMC부문(옛 정보통신총괄 부문)에 입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54년 미국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으로 1954년 설립된 인하대는 1968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주도로 한진그룹이 인수했다. 현재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97년 이사장으로 취임한 조 회장은 인하대를 초일류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기숙사 준공, 정석학술정보관 및 하이테크관 착공 등 교육시설 부분에 과감히 투자했다. 2003년엔 470여 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 수준의 전자도서관인 정석학술정보관을 건립하는 등 인재양성에 지금까지 30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쏟아 부었다.
한진그룹은 인하대와 함께 한국항공대를 운영하면서 대한항공과 연계되는 고급 항공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우주항공, 항공기계, 항공운항 등 이들 대학의 학과를 마친 상당수의 전문 인력을 매년 고용하고 있다. 조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태 상무도 인하대 출신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기업이 뒤에 있다 해도 든든한 것만은 아니다. 대학을 인수한 기업의 상황이 나빠지거나 부도가 나는 경우다.
1946년에 설립된 국민대는 1959년 쌍용그룹이 인수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72년 설립된 아주대도 1977년 대우그룹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1999년 해체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르기도 했다.
[일요시사 박민우기자 | 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