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발전기금 모금 방식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좋은 아이디어는 서로 벤치마킹합니다. 예전에는 서로 자기 껄 꺼내놓으려 하지 않았어요. 모교와 후배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는 거죠.”
대학 동문(창)회간 벤치마킹이 활발하다. 각 대학 동문회가 보유한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는 벤치마킹되어 즉각 타 대학으로 퍼진다. 동문회비 걷는 방식이 최근 이슈였다. 요즘에는 동문카드가 유행이다.
전국대학 동창(문)회 실무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양대 동문회 김남주 사무처장은 각 대학 동문들과 2개월에 한번씩 모임을 갖는다. 한 번에 20여명이 참석하는 이 모임에서는 서로 모교가 다르지만, 학번이 높으면 선배고 낮으면 후배가 된다. 이 자리에서는 대학가 현안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
최근에는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놓고 각 대학별 속사정을 얘기하는 게 주요 이슈였고, 최근 각 대학들이 앞다퉈 확대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다음 모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매번 모일 때마다 나오는 단골 주제는 동문회비 모금 방식. 김 사무처장은 “예전에는 자기 아이디어를 감추려고했는데, 이제는 서로 공유하면서 서로 벤치마킹한다”면서 “요즘에는 카드 사용액의 일정액을 자동 납부하는 방식이 인기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동창회 장학카드를 운영한다. ‘이화여대 아이스쿨러브카드’, ‘쉬즈카드’, ‘이화여대 아시아나 카드’를 만들어 이용액의 일부를 적립해 장학기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영남대도 ‘영남대 사랑카드’를 발급해 동문들이 이 카드를 사용하면 카드사용금액 중 0.5%가 발전기금으로 적립된다. 이 결과 작년 6000만원이 걷혔고, 이 돈은 영남대 의료원 발전기금과 학생 장학금으로 지급됐다.
연세대 동문회는 10만원 장학금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급여의 1%, 유산의 1%를 발전기금으로 내놓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연세 1%’운동도 벌이고 있다.
동문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는 혜택을 줘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연세대 동문회는 평생회비(30만원)를 내거나 그 해 동문회비를 납부하면 신촌 세브란스 병원 진료비 20~30%를 감면해준다. 동문회관 예식은 무료다.
영남대도 의료원에 입원할 경우 본인과 배우자는 10% 할인, 제휴카드로 결제하면 5% 추가 할인 혜택을 준다. 이밖에 부모와 자녀까지 종합건강검진을 받을땐 30~40% 감면를 감면해준다. 조선대도 부속병원 의료비 20%를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
이때문에 부설병원을 보유한 대학들간 동문 할인률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A대학 동문 진료비 할인률은 20%인데 우린 10%”라는 민원을 접수해 할인률이 높아진 경우도 많다.
김 사무처장은 “학교에서 무슨 행사를 마련할 경우 동문회가 주최해 행사하면 더 많이 걷힌다”면서 “부설병원이 있는 경우 병원은 환자를 받을 수 있고, 동문들은 혜택을 받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동창회 활동을 활성화하는 역할은 총동문(창)회장의 몫이다. 때문에 각 대학 동창회장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물급 인사다 대부분이다.
영남대는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연세대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서울대는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이, 한양대는 송재성 성호그룹 회장, 건국대는 정건수 대득스틸 회장, 조선대는 신흥수 영흥세라텍 대표이사, 이화여대는 김순영 원정제관(주)감사가 동창회를 이끌고 있다.
동창회장이 쾌척하는 거액의 발전기금은 대학에 큰 도움이 된다. 송재성 한양대 동문회장은 지난 2007년 80억을 기부해 ‘재성토목관’을 세웠다. 지난 2월 취임때는 사재 15억 원을 기부했고, 임기 중 100억 원을 기부하기로 공약했다.
연세대 박삼구 회장은 지난 17일 광주 운암동 죽호학원을 방문, 성적 우수학생과 대학 합격자 161명에게 장학금 8000여만원을, 새 학기 들어 재학생 12명을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조선대도 지난 19일 각 단과대로부터 추천을 받아 장학생 25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총 25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동창회 활성화를 위해 각종 모임은 필수다. 연말과 연초 그리고 개교 기념 행사는 기본이고, 골프와 등산모임 등 동문간 정을 쌓을 수 있는 모임 등이 추가되면서 일년에 10번 이상 모임을 갖는 대학들이 많다.
건국대는 매년 12월 ‘건국인의 밤’ 행사에 1000여명의 동문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밖에 각종 워크숍을 열어 모교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작년 10월에는 ‘남측부지 개발의 성과와 학교발전을 위한 재단의 중장기 계획’을 주제로 워크숍이 열렸다.
영남대는 각 지역 동창회나 단과대 동창회가 활성화된 케이스다. 동문 교직원 단합 등반대회와 총장배 골프대회, 입학 30주년(78학번) 모교방문 축제 등 다양한 행사로 동문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양대는 메인 행사인 ‘한양인의 밤’에 1000명 가까히 모이고 여기서 나오는 발전기금이 가장 크다. 김상원 동문회 차장은 “이날 행사에서 가장 많은 발전기금이 모인다”면서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지만, 조심스럽게 동문의 정성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회외 거주 동문 행사도 연다. ‘세계 한양인의 만남’ 행사로 작년엔 미국 뉴욕에서, 올해 7월에는 LA에서 열 계획이다. 이 행사에서도 수익금이 생기면 학교 발전기금으로 돌아간다. 한양대는 별도의 ‘모교발전위원회(가칭)’ 조직도 검토하고 있다.
동국대도 4.19등반대회, 5월 개교기념 골프대회, 매년 10월 발전기금 모금과 친목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고, 이화여대는 작년 10월 100주년 기념 대음악회를 동창회 주최로 열었다. 이밖에 매년 가족성탄예배, 신입동창환영회, 올해의 이화인 선정 등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조선대는 20년 전부터 ‘대학자치운영협의회’를 운영하면서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에 총동문회가 제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호범 조선대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협의회는 학교의 중요 정책이나 큰 사안이 있을때마다 해결점을 도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9월에는 모교 교정에 ‘조선대 동문의 숲’을 조성하기도 했으며, 매년 12월에는 ‘조대인의 밤’을 1월에는 ‘신년 교례회’에서 동창들간 친목을 다지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으로 의미있는 행사를 계획 중이다.
<한용수·김형·이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