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캠퍼스 이전 싸고 엇갈린 명암 [중앙일보]
하남시 “연 1400억 경제효과” … 안성시 “피해 심각, 저지할 것”
중앙대 안성캠퍼스를 하남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안성·하남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앙대는 지난해 5월 두산그룹에 인수된 직후 캠퍼스 이전 방침을 세웠다. 1979년 완공된 안성캠퍼스가 낡고 서울에서 멀어 대학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과 통폐합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안성캠퍼스의 7개 학과(학부)를 서울 캠퍼스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중앙대는 하남시 하산곡동의 캠프콜번 28만㎡ 부지와 대학이 소유한 72만7000㎡의 부지에 학생 1만 명이 공부할 수 있는 건물과 입원 환자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종합병원, 연구시설이 포함된 교육·연구단지를 세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7년 캠프콜번 부지를 개발해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하남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남시는 예정부지인 천현동 주민센터 주변~국일에너지 구간에 200억원을 투자해 도로를 만드는 등 중앙대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김황식 하남시장은 “하남시에 중앙대가 들어서면 연간 1400억원의 경제효과와 관·학·연이 연계해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성시·시의회와 2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중앙대 안성캠퍼스 이전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는 하남캠퍼스를 건립하려는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대책위는 최근 경기도와 교육과학기술부·국토해양부 등에 주민 4만6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태원 공동대책위원장은 “중앙대 안성캠퍼스는 지난해 대학 취업률이 전국 1위이고 올 입학경쟁률이 평균 14대 1인 경쟁력 있는 대학이다. 캠퍼스가 옮겨 가면 지역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성시 대덕면 내리에서 음식점을 하는 윤정호(45)씨는 “대학 주변 2000여 상인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상인과 시민이 똘똘 뭉쳐 중앙대 이전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내리마을은 안성캠퍼스가 생긴 뒤 안성시가 160억원을 들여 토지구획정리작업을 하고 도로를 내 ‘대학인 마을’로 조성했다. 현재 이곳에는 학생과 주민 등 1만8000여 명이 산다.
대책위는 “중앙대가 안성에 캠퍼스를 만들 때 시민들의 양보로 싼 가격에 땅을 사들였다”며 “안성시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캠퍼스 이전을 강행한다면 법적·도의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하남에 새 캠퍼스를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안성캠퍼스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영진·김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