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한국 중심 넘어 세계로] - '두산 효과' 뚜렷

최재영 | 조회 수 1224 | 2009.03.02. 14:28


커버스토리

지원자 40% 증가…‘두산 효과’ 뚜렷
입시 성적 ‘쑥’ 자신감 ‘업’
2009학년도 입시에서 중앙대는 전년 대비 40%가 늘어난 지원자로 '두산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중앙대가 '블루칩'으로 불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입시를 끝낸 중앙대 입학처 관계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년 입시 때 지원자보다 2만1500명이 많은 7만5000여 명(신입·편입 전체)의 학생들이 중앙대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무려 40%가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대학교 위상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특목고 출신 지원자는 1200명에서 3500명 수준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와 달라진 학교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총 53만여 명이다. 그중 14% 이상이 중앙대에 지원한 셈이다. 전국의 4년제 대학교가 20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이는 주요대학 중 국내 최고 수준의 지원자 숫자이며 성균관대를 비롯해 대기업이 재단을 맡은 대학들의 최근 위상을 보여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성균관대는 삼성그룹이 재단을 맡은 이후 지난 10년 사이 가장 ‘떠오른’ 대학이다. 이미 입시 시장에서 경쟁대학을 추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가’군에서 ‘나’군으로 옮긴 성균관대와 기존 ‘나’군의 경쟁대학이 맞붙은 것은 이번 입시에서 빅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재단을 맡은 중앙대가 기대를 모으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미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중앙대가 ‘블루칩’으로 통하고 있다. 10년 뒤 현재의 대학 서열을 몇 단계 거슬러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측은 “대학들이 합격자들의 성적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수험생들은 여러 대학에 합격·탈락하는 과정에서 대학 서열을 대략 짐작하고 있다. 확실히 중앙대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다”고 전하고 있다.

박상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2008년 입시 때는 등급제여서 비교할 수 없지만 2007년도 입시와 비교해 2009년도 입시 때 합격자들의 수능 점수가 5~10점(백분위 점수 기준)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체 수험생의 14%가 지원

박 처장은 “확실히 학교가 그간의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사회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고, 이번 입시에서 도입한 다양한 방식들도 성공적”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지금은 40개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2년 전인 2007학년도 입시 때 중앙대가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지금도 타 대학은 정원 외 입학생들에게만 실시하고 있지만, 중앙대는 처음부터 정원 내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사정관들이 학생을 선발했다.

특히 중앙대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다빈치형 인재 전형’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학력만으로 선발하는 기존의 전형방법에서 벗어나 학업 능력, 국제화 능력,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 봉사·특별활동 등 5개 분야를 균형있게 반영하면서 잠재력 있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 지표 5개의 성적이 고루 좋을 경우 정오각형 모양이 된다고 해서 ‘펜타곤형 선발’로 불리기도 한다.

중앙대는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30명을 선발했는데, 2010학년도부터는 6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수능 성적 외에 다양한 성과 지표를 이용해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전반적인 능력을 고루 갖췄으며 잠재력있는 실무형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다. 5명의 전임 입학사정관들은 모두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우수한 인재들이다.

중앙대가 2009학년도에 첫 시행한 ‘글로벌 리더 전형’은 수능성적 대신 토익·토플·텝스 등 영어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정원의 5%를 이 방식으로 뽑는데, 커트라인이 토익 980점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총 160명이 합격했는데, 그중 절반은 토익 만점자들이다. 불황으로 인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들이 대거 지원해 대학교의 국제화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전공분야 ‘최다’, 융합형 인재 양성에 적합

재단의 투자로 재원이 늘어난 덕에 새로운 장학제도를 도입한 것도 우수 학생 유치에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2009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CAU(Chung-Ang University) 리더 장학금’은 언어·수리·외국어에서 1등급을 한 학생들(의과대 제외)에게 4년 전액 장학금과 연간 400만 원의 학비 보조금을 지원하고 해외 교환학생을 보장하는 것이다.

‘CAU 인재 장학금’은 언어·수리·외국어 등급의 합이 ‘4’인 학생(두 영역이 1등급, 한 영역이 2등급인 경우)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4년간 반액 장학금과 해외 파견 특전이 보장된다. 중앙대 측은 “지원학생들은 장학금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재단의 인재 육성 의지를 크게 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학교 측은 “지금은 융합형 인재가 요구되는 시기로, 중앙대는 이에 걸맞은 인재 선발과 육성에 최적의 대학”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사립대 중 국내 최대인 80개의 전공 분야를 갖춘 중앙대는 종합대 중에서는 유일하게 문과·이과·예과가 고루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중앙대는 올해부터 6년제로 바뀐 약학대를 중심으로 생명과학 분야를 더욱 키울 계획이다. 연극학과·영화학과는 국내 최고로 꼽히며 사진학과는 4년제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대학원의 경우 법대는 로스쿨, 경영대는 MBA, 의대는 의학전문대학원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재학 중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인터뷰│박상규 중앙대 입학처장(수학통계학부 교수)

‘중앙대 입시 90년 역사에서 최고 성과’


박상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중앙대 입시 출제위원장으로 일해 오다 2008년 3월부터 입학처장을 맡아 2009학년도 입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중앙대는 이번 입시에서 사상 최대인 7만5000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입시 풍년을 맞았다.

입학처장으로 처음 치러 본 입시는 어땠습니까.

예전에는 모든 학생이 한꺼번에 본 시험 점수로 대학 서열에 맞춰 지원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루트로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우수 학생 유치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난 입시까지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지난해 5월 두산그룹이 재단을 맡은 뒤부터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입시는 중앙대 입시 역사 90년 중 최대의 성과 중 하나라고 봅니다. 저도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두산 효과’가 그 원인이라고 보면 될까요.

그렇습니다. 이번 입시에서 너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최근 성균관대가 많이 부상했는데, 중앙대도 ‘성균관대처럼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 BK21(두뇌한국21: BrainKorea21) 2단계 선정에서 6개 사업단이 추가돼 2단계 신청 대학 36개 중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1단계 9개를 포함해 총 15개의 BK21 사업단을 갖게 되는데, 이것만 봐도 최근 중앙대의 연구 역량이 크게 성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입시에 새로 도입한 제도는 무엇입니까.

입학사정관 제도는 3년째 시행하는 것인데, 중앙대가 2007학년도 입시 때 처음 시작한 겁니다. 2008학년도 때 10개 대학에서 도입한 뒤 이번 입시부터는 입학사정관에 대한 국고 보조가 이뤄져 무려 40개의 대학이 도입했습니다. 수시전형에서도 공인 외국어 성적만으로 정원의 5%를 선발하는 글로벌 리더 선발 전형을 도입했습니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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