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메일을 통해 박용성 이사장의 주문사항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와서 처음에는 당황했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중앙대 A교수의 말이다. 그는 두산그룹이 인수한 후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학교 내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업에서는 새로울 것도 없는 ‘전자메일’을 통한 ‘의사 교환’이라고 했다. 두산 인수 후 중요한 결제도 메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두산그룹 회장인 박용성 이사장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노트북을 이용하고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도, 지구 반대편 저쪽에서도 전자메일로 업무지시를 내리고 결재하는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경영스타일이 대학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A교수는 또 과거에 비해 업무처리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고 한다. 속도를 요구하는 기업의 마인드가 느긋한 대학문화에 젖어 있던 교수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앙대 교수들은 국내 대학 최초로 내년부터 연구 및 교육실적에 따라 4등급으로 구분된 연봉을 받는다. 최고 등급과 최저 등급간 연봉 차가 수천만원이나 나게 된다. 기업처럼 성과에 따라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성과가 미흡한 교수들은 자연스럽게 구조 조정될 것이다.
박용성 이사장은 중앙대 인수 후 여러 차례로 나누어 교수들을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보여주었다. 교수들은 그 규모와 글로벌 위상을 알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A교수는 “박용성 이사장이 교수들에게 창원공장을 보여주었던 것은 학교를 인수한 두산이라는 회사 소개 외에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기업 현장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성 이사장은 음식료가 주력인 두산그룹을 구조조정을 통해 중공업 전문그룹으로 변화시킨 주역이다.
두산에 인수된 후 중앙대는 안성캠퍼스를 팔고 경기도 하남시에 새로운 캠퍼스를 설립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사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최근 끝난 신입생 선발에서 과거 성적을 토대로 한 입시학원들의 기준에 맞춰 지원한 학생들은 대부분 탈락했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고 말했다. 대학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대학 신입생 전형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먹여 살려온 삼성전자도 혹독한 경제현실 앞에 적자를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기업들은 과거 IMF 위기 때와는 달리 허둥대지 않고 있다. 일부 한계기업들은 구제금융의 손을 내밀고 있으나 적지않은 기업들이 IMF 위기를 통해 강화된 기업 체질을 바탕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을 통폐합하고 본사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더욱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화학소재 업체로만 알고 있던 LG화학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될 정도로 신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대기업 뿐만이 아니다. 중견기업이었던 동양제철화학은 공업용 화학제품 업체에서 태양전지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신재생 에너지 사업 업체로 변신 중이다.
기업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병든 부위를 도려내고 치료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생존노력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지금의 경제위기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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